日정부 전방위 한국 압박, 왜?노다 총리 보수 본색
동아일보DB
○ 노다 총리의 ‘보수 본색’ 수면 위로
노다 총리는 재무상 시절이던 지난해 7월 박재완 한국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일본을 선택하자 “궂은 날씨일 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한국이야말로 진정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총리 취임 뒤에는 민주당의 기존 정책을 이어받아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금지했고 10월 첫 방한 때 한일 통화스와프(금융위기 때 통화 융통) 규모를 130억 달러(약 14조7550억 원)에서 700억 달러로 늘리는 등 한일관계 개선에 주력해 한국 외교가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첨예한 역사 문제가 전면에 떠오르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가 설치되고 교토(京都)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하자 노다 총리는 평화비 철거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육상 자위대원의 아들인 그는 역사인식과 정치성향이 보수우익에 가깝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야당 의원이던 2005년 10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은 전쟁 범죄자가 아니다. 신사 참배는 문제될 게 없다”고 ‘당당히’ 말하기도 했다.
○ 강경대응 주도하는 마쓰시타정경숙 출신
노다 총리의 보수 성향은 마쓰시타(松下)정경숙에서 굳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그는 마쓰시타정경숙에서 창립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의 가르침을 직접 받았다. 이곳은 마쓰시타전기산업(현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회장이 1979년 사재 70억 엔(약 1000억 원)을 털어 실력 있는 차세대 정치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일종의 ‘정치 사관학교’다. 그런 만큼 국가관, 역사관, 일본 전통정신 교육에 철저하다. 이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일본의 정치발전에 기여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나치게 국가주의 성향의 정치인을 배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졸업생들은 1기생인 노다 정권하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강경한 외교정책을 주도하는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 민주당 집권 후 처음으로 8·15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마쓰바라 진(松原仁) 국가공안위원장, 지한파(知韓派)라는 이미지와 달리 한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정책조사회장이 선두 주자다. 모두 전후 세대여서 과거사에 대한 속박이 없고 죄의식이 크지 않다는 공통점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가주의 성향이 강한 전후 세대가 주도할 동아시아 외교전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