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철갑선’으로 알려져 있지만 목선(木船)이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철갑선임을 입증하는 사료가 없으며 거북선이 ‘나는 듯 빨랐다’는 옛 기록을 감안할 때 쇠로 만든 무동력선이 목선보다 빨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당시 기술로는 철이 바닷물에 부식되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있다. 거북선은 갑판 위에 둥근 덮개를 씌우고 쇠침을 박아 방어력을 높였다. 조선 수군의 주력함인 판옥선보다 선체가 작은 대신 빠른 속력을 냈다. 목선이었다고 해도 16세기 군선(軍船)으로선 독보적 반열에 오를 만하다.
▷요즘은 목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나무는 잘 부러지고 불에 타기 쉬워 군함은 물론이고 어선을 만들 때도 주재료로 쓰는 경우가 드물다. 웬만한 소형 어선도 가볍고 단단하고 내식성과 성형성이 뛰어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같은 신소재로 만든다. 목선은 톱 끌 대패 같은 기본적인 목공구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 작은 어촌에서 근해 고기잡이를 하거나 양식장을 오갈 때 활용하는 정도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연평도 포격 도발을 주도한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낡은 비무장 목선을 타고 가는 사진이 공개됐다. 노동신문은 이 장면을 가리켜 ‘병사에 대한 사랑’이라는 표현을 썼다. 연료가 부족해 저동력 목선을 많이 타는 북한 병사들의 딱한 사정을 어루만졌다는 뜻인 듯하다. 사진을 살펴본 우리 해군 관계자는 “중고 어선을 개조해 근거리 병력수송용으로 만든 배 같다”며 “화재에 취약해 소총 공격도 못 견뎌낼 목선을 군용 선박으로 쓴다는 건 상식 밖”이라고 말했다. 우리 해군이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인원이송정(YUB)은 FRP 재질에 경무장을 갖췄다.
▷2007년 5월 북한 주민 4명이 길이 7.8m, 폭 1.8m의 목선을 타고 청진항을 탈출해 6박 7일 사투 끝에 일본 연안에 닿았다. 배 안에선 북한 당국에 적발될 것에 대비한 자살용 독극물이 발견됐다. 이후 목선 한 척에 온 가족의 운명을 걸고 해상 탈북에 나선 이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만 6차례에 걸쳐 46명의 북한 주민이 동해 서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다. 굶주림에 지친 서민부터 전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손자까지 계층도 다양했다. 낡은 목선이 세습왕조를 수호하는 군대와 그 선군(先軍)의 왕국을 탈출하는 보트 피플의 필수품이 됐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