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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통고금지변(通古今之變)

입력 | 2012-08-21 03:00:00

通: 통할 통 古: 옛 고 今: 이제 금 之: 어조사 지 變: 변할 변




‘고금(古今)’은 변화의 축을 통해야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다는 말로 맹목적인 복고(復古)와 상고(尙古)를 경계한 사마천(司馬遷)의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일가(一家)의 말을 이루고자 했다(究天人之際, 通古今之變, 成一家之言)”(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라는 말에서 나왔다. 사마천은 방대한 역사서 사기를 지으면서 단순히 지나간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통변(通變)이라는 시각, 즉 고금의 변화라는 역사의 흐름을 잡아 새로운 역사서로서의 영역을 개척해 일가를 이루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 거작을 집필한 것이다. 사마천이 사기 저술의 밑그림을 마련한 관점은 역사의 본질에서 변화(變)야말로 역사의 존재의 기본 틀이며, 이것이 없다면 역사란 존재의 당위도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 다섯 글자는 바로 사기의 서문 격인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의 “승폐통변(承폐通變)”이란 말과 연관되는데, ‘승폐통변’이란 말은 “시대가 다르면 사안도 다르다(時異則事異)”(사기 골계열전·滑稽列傳)는 관점으로 확장되어 그가 사기를 집필함에 있어서 고대사보다는 당대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서술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표출된다.

이러한 이유는 바로 “옛날 법도만을 따라 가지고는 세속을 초월하기 어렵고, 옛날 학문만을 본받아 가지고는 지금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다(‘循法之功, 不足以高世, 法古之學, 不足以制今’)”(사기 조세가·趙世家)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통고금지변’의 기본 시각은 “순법(循法)”과 “법고(法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라는 점으로 과거 성현의 말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봉이야말로 오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걸림돌로 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기의 서술 방식을 통해 사마천은 과거 못지않게 현재를 중시하여 고대는 간략하고 근현대를 상세하게 집필하는 방식을 취했다.

 ‘고금지변’이란 말이 상징하듯 고금의 변화에 두루 통달하고자 하는 사마천의 관점은 시각의 참신성으로 이어지면서 동양 역사서의 근간이요 2000여 년이 지나도 살아남은 위대한 역사서 사기를 탄생시켰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