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자르다’라는 뜻을 가진 쿠페(Coupe)는 원래 19세기에 유행하던, 마부석(馬夫席)이 외부에 있는 2인승 상자형 마차를 가리킨다. 현대에 들어서는 승차 인원에 상관없이 문 2개에 지붕이 낮고 날씬한 모양의 차량을 쿠페라고 부른다. 일반 세단도 문 2개짜리가 있긴 하지만, 쿠페는 공기저항을 줄이려고 세단보다 낮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엔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실용성을 겸비한 문 4개짜리 쿠페가 나오면서 자동차를 형태로 구분하던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 가족과 함께 탈 세단이 필요하지만 멋있는 쿠페 스타일을 버릴 수 없다는 욕망이 고전적인 차량 형태를 섞어버린 것이다.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
CC는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중형 세단 파사트의 쿠페 버전에서 출발했다. 평범한 5인승 가족형 세단을 4인승 쿠페로 탈바꿈한 것이다. 폭스바겐 수석디자이너인 클라우스 비숍(Klaus Bischoff)이 이끄는 디자인팀은 개발 당시 ‘현상 유지는 곧 퇴보’라는 구호를 내걸고 CC를 만들었다. 출시 이후 독일, 미국,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유수 디자인상을 휩쓸며 스타일을 인정받았다.
#폭스바겐 실용성 중시한 실내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변화가 크지 않은데, 간결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폭스바겐 고유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 달린 공조장치는 다이얼과 표시창 디자인을 바꿔 터치감과 시인성을 개선했다. 페이톤에 장착한 아날로그 시계를 그대로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한국형 3D 내비게이션과 30GB 하드디스크, CD& DVD플레이어, 핸즈프리 등을 지원하는 RNS51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췄다.
#민첩한 주행 성능과 코너링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변속기로 꼽히는 폭스바겐 6단 DSG(Direct Shift Gearbox)는 꾸준한 가속에서 최상의 기어변속을 보여줬다. 가속에 맞춰 기어를 민첩하게 바꿔주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속도를 높여갔다. 하지만 도심 정체구간에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자 기어가 2단, 3단을 정직하게 오가며 변속충격을 일으켰다.
경쾌한 움직임에 어울리게 코너링도 민첩했다. 커브를 지날 때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차를 제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한 커브에서 조금 속도를 높이자 뒤쪽이 노면을 꽉 붙잡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밀려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존에 시승했던 폭스바겐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중에 이유를 찾아보니 시승한 모델에 디퍼렌셜 록(XDS) 기능이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낮은(?) 가격 매력, 연비는 단점
CC 2.0 TSI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연비다. 신연비 기준으로 복합연비는 10.5km/ℓ(도심 9.0km/ℓ, 고속도로 13.2km/ℓ)이지만 실제로 도심과 고속도로를 320km가량 주행한 뒤 잰 연비는 8km/ℓ내외였다. 최근에는 대형 자동차도 10km/ℓ대 연비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하지만 신형 CC는 가격을 인하해 경쟁력을 갖췄다. TSI 모델은 이전보다 720만 원 내린 4390만 원에 판매한다. 디젤엔진에 4륜구동 모델인 2.0 TDI 4모션은 5090만 원, 2륜구동 모델은 4890만 원이다.
사진=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