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대선 풍향은… 본보-R&R 첫 스마트폰 여론조사박근혜 ‘40대 허리전쟁’ 고전… 수도권서 안철수에 큰폭 뒤져
○ 40대에서 고전하는 박근혜
지난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0대의 박 후보와 안 원장 지지율이 각각 41%로 똑같았다. 하지만 본보 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스마트폰 여론조사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여론조사의 응답자는 본인이 설문조사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만큼 전화여론조사 응답자보다 적극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이들은 실제 투표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배종찬 R&R 본부장은 “일반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샘플이 200∼300명인 데 반해 이번 조사는 700명에 이르고, 지역과 직업분포도 인구분포와 유사하게 맞춰 신뢰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여론조사에서 40대 민심은 문 의원에게도 호의적이었다. 박 후보와 문 의원의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는 46.0%, 문 의원은 47.0%의 지지를 얻었다. 문 의원은 민주당 경선후보를 대상으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 49.0%의 지지를 받아 손학규(12.1%), 김두관(8.9%), 정세균(3.6%) 후보를 압도했다.
박 후보가 40대 허리 전쟁에서 고전하는 것은 수도권의 40대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62.3%로 박 후보(34.1%)보다 28.2%포인트나 높았다. 경기·인천에서도 안 원장은 57.3%, 박 후보는 38.1%의 지지를 얻었다. 자신의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48.9%가 진보, 17.7%가 보수라고 응답해 진보적 성향의 응답이 많이 나온 것으로도 풀이된다.
40대가 박 후보를 ‘미래 인물’이 아니라 과거와 연계된 인물로 여기는 것도 박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박근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자 응답자의 27.1%는 ‘박정희’라고 답했다. 이어 12.9%는 ‘독재자의 딸’, 6.6%는 ‘여성 대통령’을 꼽았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평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였다. 원칙에 충실하다, 신뢰, 소통 부재, 단아한 사람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안철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2.1%가 안 원장이 개발한 컴퓨터 백신프로그램인 V3를 꼽았다. 이어 11.9%는 ‘교수’, 7.4%는 ‘참신성’을 떠올렸다. 가식적이라는 응답(1.4%)도 나왔다.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는 박 후보가 안 원장에게 밀리지 않았다. 응답자의 43.1%는 박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평가는 38.1%였다. 안 원장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1.6%가 긍정, 26.9%가 부정 평가했다. 긍정 평가만 비교하면 박 후보가 안 원장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1.5%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부정 평가 역시 박 후보가 안 원장보다 11.2%포인트 높았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응답자의 41.7%는 ‘공정사회’를, 23.0%는 ‘경제성장’을, 14.4%는 ‘국민통합’을 꼽았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라는 응답자는 13.0%였다. 40대의 절반 가까이가 경제성장보다 공정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는 얘기다. 공정사회는 안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에서 강조한 정의 개념과 닮은꼴이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고도 지지층 확대 효과를 기대만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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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