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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차고 피해자 찾아가도 보호관찰소는 “몰랐다”

입력 | 2012-08-23 03:00:00

■ ‘전자발찌 범행’ 사례 살펴보니… 곳곳에 허점




동아일보 DB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식당. 전자발찌를 찬 전과 53범 김모 씨(55)는 교도소 생활 1년 동안 앙심을 품고 있던 강제추행 피해자인 식당 주인 정모 씨(59·여)를 찾아가 “나 기억하지? 내 얼굴 똑바로 쳐다 봐”라고 소리를 지르며 10여 분간 행패를 부렸다.

김 씨는 앞서 2010년 경기 지역에서 운전하는 여성을 위협해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전자발찌 부착명령 3년을 선고받은 성범죄 전과자다. 시흥동 식당에서 행패를 부릴 당시 그의 발목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다.

전자발찌는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과 더불어 성범죄자가 과거 피해자에게 접근할 경우 보호관찰소의 관제센터에 경보음을 울려주게 되어 있다. 시흥동 식당의 정 씨는 지난해 6월 14일 김 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다. 하지만 당시 추행으로 징역 1년을 복역하고 나온 김 씨가 식당을 찾아갔을 때 전자발찌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김 씨의 전자발찌에는 정 씨의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차고 있던 전자발찌는 2010년 강제추행 범죄에 따라 채워진 것인데, 현행법상 전자발찌를 동시에 여러 개를 찰 수 없으며, 하나의 전자발찌에 다른 사건 정보는 담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김 씨의 첫 번째 전자발찌 착용기간 3년이 지난 뒤에 시흥동 정 씨에 대한 접근금지 정보를 담은 두 번째 전자발찌를 채울 예정이었다. 시흥동 식당에서 벌어진 김 씨의 난동은 1개의 전자발찌에는 한 사건과 관련된 정보만을 담는다는 꽉 막힌 관료주의가 빚은 비극이었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한 동네에 살고 있는 건 알았지만 김 씨의 접근금지 구역에 정 씨 식당이 포함돼 있지 않아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자발찌를 찬 채 부녀자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는 집중보호관찰 대상자로 분류돼 보호관찰관과 월 4회 이상 직접 만난다. 그중 2회 이상은 관찰관이 집으로 찾아가 면담한다. 하지만 김 씨의 사례처럼 보복 폭행이나 재범의 우려가 있는데도 법에 얽매여 보호관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피해자와 한 건물에 거주할 때는 범행을 밝히거나 예방하기가 더 어렵다. 2010년 10월 출소한 정모 씨(53)는 서울 강남의 한 종교시설에서 신도들과 생활했다. 정 씨의 발에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지만 그는 여성 신도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초등학생을 성추행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피해 신도들이 경찰서에 신고한 뒤에야 알려졌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저지르는 범행에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 [채널A 영상]전자발찌 보류된 성범죄자 2000명 활보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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