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 알 지 魚: 물고기 어 之: 어조사 지 樂: 즐거울 락
‘자비어언지어지락(子非魚焉知魚之樂)’의 준말로 ‘호량지변(濠梁之辨)’이라는 말로도 알려져 있는 이 말은 사물에 대한 인식과 시각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장자 내편과 외편을 통틀어 백미로 손꼽히는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만물제동설(萬物齊同說)과 관련된 우화에서 나온 것이다.
장자가 당대의 변론가 혜자(惠子)와 함께 호수(濠水)의 다리를 거닐다가 장자가 문득 이렇게 말한다. ‘물고기가 나와 유유히 노닐고 있으니, 이것은 물고기의 즐거움이야’라고 하니, 혜자가 말하기를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라고 했다. 장자가 ‘그대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가’라고 하니 혜자는 ‘본디 나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를 모르네. 그대도 본래 물고기가 아니니 그대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네’라고 했다.
장자가 말하기를 ‘이야기의 근본으로 되돌아가 보세. 방금 그대가 내게 그대가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라고 물은 것은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 것을 이미 그대가 알았기 때문이네. 나는 호수의 다리 위에서 그 즐거움을 아는 것이지’라고 했다.(‘O魚出遊從容, 是魚之樂也.’ 惠子曰 ‘子非魚, 焉知魚之樂?’ 莊子曰 ‘子非我, 焉知我不知魚之樂?’ 惠子曰 ‘我非子, 固不知子矣: 子固非魚也, 子之不知魚之樂, 全矣’ 莊子曰 ‘請循其本, 子曰 ‘汝安知魚樂’ 云者, 旣已知吾知之而問我, 我知之濠上也’. “장자(莊子) ‘추수(秋水)’편)”
장자가 이성의 벽을 허물고 상식의 허를 찌르는 직관적 사유를 신축자재(伸縮自在)하듯 하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고정된 시각에 집착하지 않는 사고의 유연함이 필요한 오늘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