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여자대표팀의 신예 킬러 전은하가 23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이타마(일본)|박상준 기자
U-20 女월드컵 伊격파 19세 리더
부상 여민지 대신 최전방 킬러 중책
단한번의 찬스 완벽한 쐐기골 연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전은하는 “카메라가 저를 계속 따라다녔다. 부끄러워서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내뺐다”고 수줍게 말했다. 23일 일본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대표팀 숙소 로열 파인즈 호텔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가진 그녀는 풋풋하고 부끄럼 많은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그라운드에 서면 거칠 것 없는 그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 부담감을 ‘자신감’으로
전은하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최전방 공격수 여민지(19·울산과학대) 바로 아래에 나서 공격의 물꼬를 튼다. 패싱력과 개인 기술이 좋다. 정성천 감독(41)은 그녀에서 마무리 패스를 강조한다.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나이지리아 전에서 환상적인 침투패스로 1대 1 기회를 만들어냈다. 기대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이탈리아 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위치를 옮겼다. 부상당한 여민지를 대신해야 했다. 결정력 부족을 드러낸 나이지리아 전의 해법이기도 했다.
전은하는 “부담이 컸다. (여)민지가 빠져서 걱정도 많았다.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나 왼쪽 측면에 주로 섰다. 골을 잘 넣는 스타일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골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다만 걱정보다는 마음 편히 즐기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공간으로 뛰어가려고 하는데 (이)소담이와 눈이 맞았다. 볼 컨트롤을 하는데 2010년 당시 최인철 감독님(40·현대제철)의 말씀이 생각났다. ‘다리를 끝까지 뻗어라.’ 드리블이 길었다고 생각했는데, 골키퍼가 나오지 않았다. 마무리를 침착하게 하려고 애썼다. 팀 승리에 보탬이 돼 기쁘다.”
○ 막내에서 ‘리더’로
전은하는 “이탈리아 전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데 여느 때와 달리 울컥하는 뭔가가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에게 얘기했더니 다 같은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나이지리아와 1차전에서 패하면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다. 어렵게 얻은 월드컵 출전 기회를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2010년에는 언니들을 믿고 따르면 됐다. 개인적인 목표보다 언니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후배들을 이끌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후회 없는 결과를 얻고 싶다. 그래서 욕심도 더욱 크다. 목표는 우승이다.
“이탈리아 전에 만족할 수는 없다. 더 열심히 하고 충분히 기회를 살린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이타마(일본)|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