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싹 달아난 입맛, 톡 쏘는 갓김치야 찾아줘∼
돌산 갓은 톡 쏘는 알싸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이 독특한 맛과 향은 갓에 함유된 시니그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회를 찍어 먹는 고추냉이에도 시니그린 성분이 포함돼 있다. 시니그린은 항균, 항암 효과가 있다. 돌산 갓김치는 익을수록 맛있다. 제대로 숙성시켜야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난다. 잘 익은 갓김치를 고등어, 돼지고기와 함께 넣고 찌개를 끓여 먹어도 별미다.
○ 왜 돌산 갓김치일까
전남 여수시 돌산 갓 재배 농민들이 돌산읍 경작지에서 갓을 수확하고 있다. 여수시 제공
세구지 마을 주민들은 벼 감자 보리 외에 용돈벌이로 갓을 재배했다. 김성원 돌산 갓 영농조합 대표(61)는 “세구지 주민들은 나룻배를 타고 여수 시내로 나가 시장에서 소일거리로 갓을 내다팔았다”고 말했다. 이후 돌산 갓은 점차 여수시민이 즐겨 먹는 반찬이 됐다.
1984년 섬이던 돌산에 대교가 놓여 육지인들이 출입하면서 돌산 갓김치 맛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돌산 갓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돌산읍 주민 65명은 1991년 작목반을, 1994년 영농조합을 결성했다. 전국적인 특산품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전남 나주와 무안 등에서도 갓을 재배하고 있는데 돌산 갓과는 향과 맛이 다르다.
최명락 전남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는 “돌산 갓의 독특한 맛은 해풍이 강한 해양성 기후, 맑은 공기, 물이 잘 빠지는 토양 등 3대 자연조건이 결합돼 만들어졌다”며 “현재 전국에서 소비되는 갓의 80% 이상이 여수에서 재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여수 생산품만 돌산 갓 이름 쓴다
여수지역 갓 재배 면적은 1995년 110ha에서 2011년 878ha로 늘었다. 지난해 돌산 갓 생산량은 3만5120t으로 340억 원어치가 팔렸다. 생산량의 30%는 생 갓으로, 70%는 갓김치로 판매된다. 갓 가공·판매업체만 275곳에 달하고 시장규모는 600억 원을 넘어섰다. 여수에서 갓을 재배하는 농민은 1200명인데 갓 농사로 올리는 소득은 농가당 한 해 평균 2800만 원이다.
여수시는 갓김치 고급화를 위해 늦둥이, 순둥이 등 갓 신품종 6종을 개발해 품종보호 등록을 했다. 또 물김치용 갓인 자람이도 품종보호 등록을 출원했다. 농민들도 요즘엔 신품종 종자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정대봉 여수시 특산품육성과장은 “친환경 고품질 돌산 갓을 생산해 김치로 담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