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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용]브랜드 가치 세계 6위, 삼성

입력 | 2012-08-24 03:00:00


1980년 한국은 514만 대의 흑백TV를 해외에 수출했다. 흑백TV 수출 13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21%를 차지해 일본과 대만을 누르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수출량은 많았지만 정작 한국 기업에 들어온 돈은 적었다. 50달러(당시 돈 3만5000원)짜리 흑백TV 1대를 수출해 고작 1달러를 남겼다. 수출 상품 대부분이 미국 일본 기업의 이름을 빌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돼 제값을 받을 수 없었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무명(無名) 브랜드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영국 브랜드 컨설팅회사인 브랜드파이낸스가 세계 500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이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삼성의 올해 브랜드 가치 평가액은 381억9700만 달러였다. 삼성의 뒤를 이어 미국의 간판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코카콜라가 7, 8위를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시장에서 이름조차 내밀지 못했던 삼성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제친 것이다. 10대 브랜드 가운데 삼성과 9위에 오른 영국 보다폰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 기업이다.

▷세계 최초의 브랜드 회사인 ‘랜도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월터 랜도는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고객 마음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기업 브랜드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제품과 기술력 외에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흘린 엄청난 땀과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삼성과 같은 기업 브랜드 가치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핀란드 휴대전화 회사 노키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세계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로 오해받았지만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전자산업 강국인 일본이 구축한 국가 브랜드에 슬쩍 올라탄 것이다. 브랜드에 국가 이미지가 투영되는 ‘원산지 효과(country of origin effect)’를 고려한 전략이었다. 특정 국가와 특정 산업의 연관성이 클수록 원산지 효과는 더 커진다. 국가 이미지가 나쁘면 거꾸로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한국 브랜드를 끌어왔다. 이제는 국격(國格)과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여 기업 경영에 도움을 줄 때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