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각수-김정기-계진성 씨, 여의도 흉기난동 피해 줄여
급히 달려가 보니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김모 씨(30)가 마구잡이로 칼부림을 하고 있었던 것. 1990년 종합격투기 라이트헤비급 세계챔피언 출신인 이 교수는 본능적으로 김 씨를 가로막았다. 이 교수는 합기도 8단, 종합격투기 8단, 검도 7단, 태권도 5단 등 무술이 총 28단에 이른다. 또 영화 ‘실미도’ ‘반칙왕’ 등의 유명 무술감독 정두홍 씨의 스승이기도 하다.
김 씨가 사람들을 제치고 두 차례 흉기에 찔린 조모 씨(31·여)에게 달려가 또 흉기를 휘두르려는 순간 이 교수가 발로 김 씨의 가슴을 걷어차 쓰러뜨렸다. 갑작스러운 발차기에 놀란 김 씨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달아났다.
마침 근처에 있던 행인 김정기 씨(57)가 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건물 뒤쪽으로 돌아들어가 김 씨의 퇴로를 차단했다. 김정기 씨는 오랫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호원을 지낸 인물이다. 2000년 김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근접경호를 하기도 했다. 곧 경찰이 도착했다. 이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용감하고 차분한 대처로 김 씨는 고립됐고,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경찰은 23일 수사 브리핑에서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표창과 더불어 사례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