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보다 10조8568억 증가… 당국이 은행권 대출 조이자 제2금융권서 대출 늘어나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분기(4∼6월) 중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는 921조9858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이 868조40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아직 정산하지 않은 카드대금과 외상 등을 포함한 판매신용이 53조5000억 원이었다.
특히 6월 말 가계부채 잔액은 1분기(1∼3월)보다 10조8568억 원 늘어나 지금까지 가계 부채가 가장 많았던 2011년 12월 말의 911조8921억 원보다 10조 원 이상 증가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올해 2분기에 10조 원 넘게 늘었으나 지난해 3분기 이후 증가세는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14조2000억 원, 4분기 24조3000억 원에 비해서는 전 분기 대비 증가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분기에 2조7000억 원 줄었던 은행권 가계부채가 2분기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낮은 금리로 오래 빌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이 대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분기에 9000억 원 증가해 4년 9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폭을 나타냈지만 2분기에는 3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재기 한국은행 금융통계팀 차장은 “주택시장은 부진했지만 3월부터 은행에서 적격대출이 새로 나오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적격대출은 최대 30년까지 고정금리가 가능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이고 주택금융공사가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판매신용은 전 분기에 비해 1000억 원 감소했다. 신용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측면도 있지만 소비가 감소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원리금 상환부담에 가계 소비 여력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어 가계의 실질소득이 증가하는데도 소비는 상당히 침체해 있다”며 “내수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므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저성장 기조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