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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전부터 준비… 옛 동료 6명 죽이려 했다”

입력 | 2012-08-24 03:00:00

여의도 칼부림 피의자 진술
경찰 “성폭력-강력범죄 대응… 우범자 전담감시부서 신설”




22일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칼부림을 해 4명을 다치게 한 김모 씨(30)는 옛 회사 동료 6명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3일 수사 브리핑에서 “회사 퇴직 뒤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 씨가 옛 회사 동료들을 원망하다 당시 사이가 좋지 않았던 6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9년 채권추심 회사에 입사했지만 이후 실적이 떨어지고 동료들의 험담을 듣자 2010년 회사를 나왔다. 이어 지난해 들어간 대출모집 회사에서도 실적이 나빠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원에 살면서 카드 빚 4000만 원을 졌다.

23일 본보 취재팀이 찾은 김 씨의 6.6m²(약 2평) 남짓한 지하 1층 고시원 방은 환기구를 통해 겨우 들어온 한 줄기 햇빛이 2kg짜리 쌀 봉지와 컵라면 하나를 비출 뿐 별다른 살림 도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의 식당 주인은 “며칠 전 고시원 자물쇠가 고장 나서 그런다며 1만 원만 빌려달라고 할 정도로 궁색했다”고 전했다.

그의 마음에 원망이 싹튼 것은 4월로 추정된다. ‘모든 게 잘 다니던 전 회사를 떠나게 한 동료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는 범행을 결심하고 동네 슈퍼마켓에서 칼을 사 숫돌에 갈았다.

여의도의 옛 직장 앞에 도착한 그는 범행 두 시간 반 전 친하게 지내던 A 씨를 불러 담배를 피웠다. 그는 태연히 “형 다음 달에 소주나 한잔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범행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던 조모 씨(31·여)와 김모 씨(32)가 모습을 드러내자 칼을 휘둘렀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사건 현장을 방문하고 강력범죄 예방 대책을 내놓았다. 800여 명 규모의 성폭력·강력범죄 감시 감독 부서를 신설해 3만7000여 명에 달하는 우범자를 전담하겠다고 했다. 각 경찰서에 1∼5명의 우범자 전담 경찰관을 배치해 감시 감독 업무를 전담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즉석 대응’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현기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을 내놓고는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당장 대책을 만들어 한쪽으로 인력을 투입하면 다른 쪽에서 구멍이 생기는 만큼 근본적으로 경찰 인력을 증원하고 인력 활용 효율성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처방부터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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