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사령탑 만 1년…비움·믿음의 교훈
한때 승리는 감독하기 나름이라 생각
연패·스트레스 겪으며 조급한 나 발견
승부처 마다 빛 발한 희생과 팀플레이
선수들 믿자 꼬였던 실타래가 술∼술
최근 상승세인 SK의 이만수(54·사진) 감독은 24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솔직히 고백했다. “내가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는 ‘감독이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노라”고.
○‘말로는 선수 중심의 야구였지만…’
이 감독은 대행 시절을 포함해 만 1년 간 SK의 수장을 맡았다. 이 감독의 취임일성은 “선수 중심의 야구”였다. 하지만 다수 감독들은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 감독 역시 “올 시즌 전반기까지만 해도 ‘내가 가면, 선수들도 따라 오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홈런왕의 노하우도 있었고, 미국에서 선진야구도 경험했다. 2군 감독을 하면서 선수들에 대한 파악도 마쳤다고 여겼다. 헐크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하지만 부딪쳐본 현실은 달랐다. 감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기가 흐르기도 하고, 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제가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더 결과에 민감했어요. 승패에 얼굴이 펴졌다 오므려졌다 하고…. 잠도 안 오고, 과식하게 되고, 소화도 안 되고….”
○“알아서 해주는 선수들, 나는 행복한 감독”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알아서 잘한다. 감독은 속병을 앓더라도 기다려줘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느꼈다. 아직 100%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승패에도 많이 연연하지 않는다. 어제 어떤 지인이 ‘얼굴이 편안해 졌다’고 하더라. 병도 없어졌다”며 웃었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임달식(48) 감독은 “나는 용장(勇將), 덕장(德將), 지장(智將)이 아니라 복장(福將)”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선수 복을 잘 활용할 줄 알았던 임 감독은 6년 연속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만수 감독 역시 “나는 정말 복이 많다”며 미소를 지었다.
목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