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가정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 씨(42)가 24일 현장검증을 마치고 고개를 숙인 채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4일 오전 10시 5분경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택가 골목. 20일 전자발찌를 찬 채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 서모 씨(42)가 나타나자 주민들이 고함치기 시작했다.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서 씨의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서 씨의 하얀 운동화에는 피해자의 혈흔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묻는 경찰의 질문에 “네”라고 짤막하게 답할 뿐 유족들과 주민의 항의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현장검증은 경찰이 서 씨에게 죽을 사다 주고 담배를 피우게 하며 ‘부탁’한 뒤에야 이뤄졌다. 서 씨는 ‘얼굴을 철저하게 가려줄 것’이라는 조건을 달아 응했다. 현장검증을 마친 뒤 서 씨는 취재진 앞에서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서 씨가 자신의 얼굴을 가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유족들은 “자기 얼굴 가릴 궁리만 하는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현장검증을 마친 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공원묘지를 찾아 고인의 삼우제를 지냈다. 피해자의 남편 박귀섭 씨(39)는 “무참히 폭행당한 아내의 얼굴이 생각날까 봐 현장검증에 가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이 현실이 너무 억울하다”며 아내의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음 달 1일 결혼을 앞두고 누나를 잃은 동생 이용백 씨(33)는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봉사활동을 다닐 만큼 착한 사람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채널A 영상] “마스크로 얼굴 가려줘야 현장검증하겠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