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사람과 어울린 혹등고래를 찍은 장남원 씨의 ‘고래’. 롯데갤러리 제공
고래를 향한 시인들의 관심도 사진가 못지않다. 고래와 바다가 한 몸이라 말하는 안도현 시인의 작품을 비롯해 고래를 호명하는 시가 많다. ‘커다란 예쁜 고래 한 마리가/내 방에 들어와 있었다’(최승자 ‘고래꿈’)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푸른 바다가 아니지’(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불쑥, 바다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면/당신의 전생(前生)은 분명 고래다.’(정일근 ‘나의 고래를 위하여’)
기약도 없는 고래를 기다리는 시인처럼, 산다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일인지 모른다. 그래도 다행이다. 계절은 단 한 번도 ‘주자 교체’ 타이밍을 놓치는 법이 없다. 폭염이 지나길 기다리느라 지치긴 했어도 마침내 반환점을 돌아 도착한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여름 끝자락, 갑갑한 일상을 탈출해 깊고 푸른 바다를 파랑이랑 자유롭게 유영하는 나의 모습을 꿈꿔본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