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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 충돌]日의회 “MB 日王발언 매우 무례”… 비난 결의문 밀어붙여

입력 | 2012-08-25 03:00:00

■ 공격 수위 높이는 일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24일 연 기자회견은 전형적인 ‘대외 홍보용’이다. 노다 총리는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역사를 거론해가며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평화적 외교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고 요청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사려 깊고 신중한 대응을 기대한다”며 ‘점잖은’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다른 자리에선 원색적으로 한국을 비판했다. 총리뿐 아니라 의원과 각료들도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 총리 의회 각료 전방위 공세

일본 중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에 항의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부분의 정당이 찬성했지만 공산당과 사민당은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의문은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발언과 관련해 “우호국의 국가원수가 행한 발언으로는 매우 무례한 발언이므로 결단코 용인할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일본 국회는 1952년 1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연안수역 보호를 위해 해양주권선(일명 평화선)을 설정한 뒤 한국 정부가 일본 어선을 나포하자 1953년 ‘일한 문제해결 촉진 결의’를 채택했다.

경제 보복도 시작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5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상대방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자고 합의했지만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상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국채 매입에 대해서만 유보 방침을 밝혔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상대편에 넘기려 했던 노다 총리의 친서는 일본 측이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노다 총리는 친서가 반송된 방식에 대해 “우편으로 반송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 직후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은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노다 총리 친서 반송에 대해 항의했다. 이에 대해 신 대사는 일본 정부가 총리 친서를 되돌려주려는 한국 외교관의 외무성 출입을 막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중국과 일본 간에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10월경 상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취약한 정권기반이 강공 배경

한일 외교 문제가 불거진 초반에만 해도 노다 정권의 한국 비판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이 전해진 14일 겐바 외상은 기자들에게 “보도는 알고 있지만, 그런 내용의 말을 (한국 측으로부터) 일절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겐바 외상과 민주당 정권은 야당과 보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직후 노다 총리와 각료들은 태도를 180도 바꿔 잇달아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정권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주권과 영토 문제에 약점을 잡히면 다음 총선에 희망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2009년 54년 만에 진보 진영인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긴 자민당 등 일본 보수 진영은 이번 사태를 정권 탈환의 기회로 보고 있다. 노다 정권의 지지율이 소비세 인상 문제로 20% 아래로 바닥권을 향하는 상황에서 자민당이 이번 외교 분쟁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 정권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것.

하지만 언론과 재계를 중심으로 한일 관계 파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의회가 이날 한국에 대한 비난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민주당 초안에 포함됐던 “독도를 하루빨리 우리나라(일본)의 유효한 지배에 두는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는 문구를 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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