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빌더/케네스 파월 엮음·이재영 옮김/304쪽·4만원·오픈하우스
대학시절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난 첫사랑의 집을 지어주고(영화 ‘건축학개론’), 아내와의 별거를 꿈꾸며 강원 평창올림픽 건축프로젝트에 목숨 걸고(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불혹의 나이에도 완벽한 신체 비율과 외모를 자랑하는 건축사무소 대표(드라마 ‘신사의 품격’). ‘밤샘작업, 1인 사무실의 영세함, 용역비 감소에 따른 경영난 등 건축사의 실상을 완벽히 무시한 미화’라는 지적도 있지만, 올 상반기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가장 주목받은 직업은 건축가였다.
이 책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건축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건축 입문서로 읽기 적당하다.
‘르네상스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를 시작으로 주철 건축의 기본을 만든 미국의 제임스 보가더스, 독특하고 창의적인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 건축에 미학을 입힌 스위스 르코르뷔지에, 전후 일본을 복구하면서 일본 모더니즘을 열었던 단게 겐조 등 유명 건축가 40명의 삶과 건축세계를 설계도와 작품 사진을 곁들여 소개했다. 전 세계 건축역사 전문가 36명이 쓴 글을 영국의 건축역사·비평가 케네스 파월이 엮었다.
“역사상 위대한 건축가들은 대개는 박식가였다”는 엮은이의 말처럼 금세공인과 조각가 수업을 받았던 브루넬레스키는 건축뿐 아니라 선박 건조에도 풍부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수학자 출신의 영국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은 기하학 전문지식을 이용해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을 지었다. ‘시대를 앞서갈 것, 새로운 재료와 기술에 대한 도전과 탐색을 멈추지 말 것.’ 책이 강조하는 ‘빌더(builder)’의 역할이자 존재이유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