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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상징 욱일승천기 국내 日만화서 버젓이 펄럭

입력 | 2012-08-27 03:00:00

유럽은 나치 문장 하켄크로이츠 퇴출시켰는데…




일본의 욱일승천기가 등장하는 만화들. 위부터 ‘은혼’, ‘개구리 중사 케로로’, ‘원피스’, ‘짱구는 못 말려’. 구글 이미지

미국 뉴욕 뉴저지 주 한인 등이 23일 일본의 욱일승천기에 대해 ‘일본 전범기 퇴출을 위한 시민모임’을 결성한 가운데, 국내에 번역돼 소개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욱일승천기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일본 번역물 가운데 욱일승천기가 나오는 만화 장르는 다양하다. 특히 일본 우익세력을 대표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만화가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가와구치 가이지 작가의 군사물인 ‘침묵의 함대’(서울문화사)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의 핵잠수함인 ‘야마토’를 둘러싼 정치 군사 사회 문제를 다룬 이 만화에는 곳곳에서 욱일승천기가 등장한다. 지난해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후지타 요이치 감독의 군사물 애니메이션 ‘은혼’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에도 욱일승천기가 나온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는 욱일승천기가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부터 등장하며, ‘원피스’ ‘짱구는 못 말려’와 같은 케이블 TV 애니메이션에도 변형된 욱일승천기가 나온다.

일본 작가들이 만화 표현 중 하나인 ‘집중선’을 그리면서 욱일승천기에 대한 논란을 교묘히 피해간다는 의견도 있다. 집중선은 만화 속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선언이나 다짐을 할 때, 혹은 자랑스럽거나 긍지에 차 있는 상황에서 배경에 빨간 선으로 그려진다. 이 같은 변형된 모양까지 넓은 의미의 욱일승천기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석환 만화평론가(39)는 “만화에 전범기인 욱일승천기가 등장하는 것은 문제 삼아야 한다. 국가적 정체성이나 자부심을 드러낼 때 변형된 욱일승천기가 나오는데 단순한 만화적 표현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욱일승천기는 일본 국기에 그려진 빨간색 동그라미(붉은 태양) 주위에 퍼져나가는 붉은 햇살(旭光)을 그린 깃발로, 메이지 유신 이후 구 일본 제국 시대에 사용한 일본군의 군기다. 1870년 16줄기의 햇살이 그려진 욱일승천기가 일본제국 육군기로 지정됐으며 이와 유사한 기가 1889년 일본 제국 해군 군함기로도 지정되면서 일본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되자 과거 독일의 나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 모양의 하켄크로이츠처럼 사용이 금지됐지만, 자위 목적으로 창설된 해상자위대가 다시 군기로 제정하면서 부활했다.

23일 결성된 ‘일본 전범기 퇴출을 위한 시민모임’은 “독일은 전후 하켄크로이츠를 퇴출시켰는데 일본은 전범기를 오히려 자위대의 깃발로 채택했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일본 선수들의 욱일승천기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에 욱일승천기 퇴출 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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