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피살사건 한달… 21코스 개장 앞두고 이어걷기 행사 24일부터 시작
제주올레 정규코스 완성을 앞두고 하루에 한 코스씩 기존 정규코스를 걷는 행사가 24일 시작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올레 탐방 여성이 살해된 1코스를 걸으며 고통을 치유하길 기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서 이사장은 “그토록 걷고 싶었던 올레길을 한 코스도 다 걷지 못한 그녀를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우리가 대신 걸으면서 그녀의 넋을 위로하고, 이 길을 낸 초심을 다지고 싶다”고 말했다. 곧이어 고인의 영혼을 위로하는 묵념을 했다. 폭우 때문에 물길로 변한 시멘트 농로를 걷자마자 신발이 흥건히 젖었다. 마음만큼이나 발걸음도 무거웠다.
물길을 헤치며 30여 분간 걷다 보니 말미오름(해발 146m·작은 화산체) 정상에 도착했다. 사방은 폭우와 안개로 시야가 막혔다.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가 아프게 느껴졌다. 오름 하산 길은 사건 현장 주변. 모두 말이 없이 숙연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서울에서 무작정 제주로 내려온 이모 씨(34·여)는 “올레길에서 제주의 새로운 재미를 느껴 정착할 생각을 갖고 있던 가운데 사건 소식을 접했다”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육모 씨(27)는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하다 올레길을 걷게 됐다”며 “피살 사건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올레는 사색과 치유, 그리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빗물과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해변까지 15.6km에 이르는 1코스 걷기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제주올레 측은 다음 달 15일 제주올레 마지막 코스인 21코스 개장을 앞두고 1코스부터 정규 코스를 하루에 한 코스씩 걷는 이어 걷기를 마련했다. 매일 오전 9시 30분경 자원봉사자인 ‘이음단’ 7명이 선두에 서며 일반 참가자들도 함께 걸을 수 있다. 21코스를 개장하면 제주 섬을 한 바퀴 도는 정규 코스가 완성된다. 2007년 9월 1코스를 개장한 이후 5년 만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