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권 수호’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일본의 뒤를 받치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 지도자가 영토주권 훼손 발언을 한 데 대해 강렬한 불만을 표시한다”며 댜오위다오 영유권의 역사적 연원을 조목조목 소개했다.
그는 “현존 역사서 가운데 댜오위다오를 가장 먼저 기재한 책은 명나라 때인 1403년 출간된 ‘순풍상송(順風相送)’”이라며 “여기서 사용한 ‘댜오위위(釣魚嶼)’는 댜오위다오의 옛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조의 해군 무장인 후쭝셴(胡宗憲)이 댜오위다오와 부속 도서를 방문했다는 기록도 ‘주해도편(籌海圖編)’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차이잉팅(蔡英挺) 중국 인민해방군 제1부참모장은 24일 워싱턴에서 중국 특파원들과 만나 “중국은 미국이 댜오위다오를 미일 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으로 보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밝혔다.
차이 부참모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일본이 미국과의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미국의 개입을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이 부참모장은 또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해 기존의 대미 강온 양면정책을 계속 전개할 뜻임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반일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26일 저장(浙江) 성 주지(諸기) 시에서 1000여 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하이난(海南) 성 하이커우(海口) 시, 광둥(廣東) 성 둥관(東莞) 시, 산시(山西) 성 양취안(陽泉) 시, 안후이(安徽) 성 화이베이(淮北) 시 등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운집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 전날인 25일에는 산둥(山東) 성 르자오(日照) 시에서 400여 명이 ‘일본 제국주의 타도’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청사까지 행진했다. 일부는 일본 음식점을 공격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추가 폭력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는 25일 태평양함대 소속 군함 2척을 일본과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 열도에 파견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군함들은 쿠릴 열도의 쿠나시르, 이투루프, 파라무시르 등 3개 섬에 기항하고 하바롭스크 주의 항구도시 오호츠크도 방문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질 이번 항해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의 전투에서 숨진 옛 소련군을 기리기 위한 ‘추모 항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쿠릴 열도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