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특허전쟁 쇼크]한 달 뒤 판사가 최종 판결… 뒤집힐 가능성은 적어

■ 배심원 평결 이후 절차는

미국 법원의 배심원단이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사실상 애플과 함께 세계 모바일 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아직 재판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루시 고 판사가 판결 과정에서 평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고, 향후 항소심 등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배심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관행과 특허권 보호를 강화하는 미국 법원의 최근 동향을 감안하면 재판 결과가 완전히 뒤집히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한 달 뒤 판결 뒤집기는 쉽지 않아

삼성전자는 이번 평결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미국 법원에서는 평결이 끝난 뒤 소송 당사자가 판사에게 ‘JNOV(judgement notwithstanding verdict)’를 통해 평결과 다른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결에 명백한 법적, 절차적 하자가 없는 이상 재판장이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판결 배상액이 10억4934만 달러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배심원단이 평결 과정에서 삼성의 특허 침해가 고의로 이뤄졌다고 적시했기 때문이다. 배심원단이 특허 침해의 고의성을 인정하면 판사는 배상액을 최대 3배로까지 늘릴 수 있다.

삼성은 평결에 대한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끝내 패소할 경우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 또 다른 폭탄, 삼성 제품 판금 신청

9월 20일로 예정된 심리에서 법원이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신청을 받아들일지도 소송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26일 특허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과거에는 특허 침해 사실이 인정되면 거의 대부분 해당 제품의 판매금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는 여러 조건을 따져 심사숙고하는 경향이 커졌다. 사업에 큰 피해를 보지도 않으면서 특허 권리만으로 돈을 벌거나 상대방 사업에 차질을 주려는 행위의 폐해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판매금지를 결정할 때 본안소송 결과 외에도 판매금지를 하지 않을 경우 원고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지, 공익에 부합되는지 등을 따지게 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본안소송에서 애플이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으므로 판매금지를 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쪽과 애플의 피해가 삼성 제품의 판매금지가 아닌 로열티 협상을 통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판매금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갈려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소송 대상에 오르지 않은 ‘갤럭시S3’까지 판매금지를 명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남은 소송 전망은

이번 평결은 9개국에서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본안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31일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중간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국내 법원의 소송도 아직 한 건이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한규현)는 28일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4S’와 ‘뉴 아이패드’가 화면 분할에 따른 검색종류 표시 방법, 단문메시지(SMS)와 사진 표시 방법 등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3차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