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성북동 일대는 왕실 소유지로 건축 벌목 경작이 금지된 지역이었다. 역대 왕비들이 손수 누에를 쳐 누에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우던 선잠단(先蠶壇)과 1933년 만해 한용운이 조선총독부를 마주 보지 않으려고 북향으로 지은 심우장(尋牛莊) 같은 문화재가 있다. 1936년 한국 최초로 근대적 택지개발이 진행된 곳도 성북동이다. 1960년대 후반 성북동 일부 지역에 재력가와 권력가의 고급주택이 들어서면서 ‘한국의 베벌리힐스’라는 명성을 얻었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로 시작하는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가 이 무렵 발표됐다.
▷서울시는 미아리 텍사스가 있는 신월곡1구역(하월곡동 88-142 일대)과 주택 노후도가 93%에 이르는 성북2정비구역(성북동 226-106 일대)을 한데 묶어 개발하기로 했다. 문화재 등으로 고도제한이 걸려 있는 성북2구역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축물 총바닥면적)을 역세권의 신월곡1구역에 넘겨줘 사업성을 높이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성북2구역이 넘겨받아 재개발 자금 등으로 쓴다는 아이디어다. 지역 간 ‘용적률 빅딜’이다. 집창촌을 없앤 신월곡1지역은 쇼핑 관광이 결합된 복합주거단지로, 성북2구역은 한옥과 저층주택이 어우러진 고급 주거지역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