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필자는 이 도전적인 반문에 두 가지 설명을 한다. 오늘의 북한을 두고 그 잘못을 물어야 할 대상은 북한의 위정 당국이지 피해자인 인민이 아니지 않으냐, 그리고 그 북한 주민 가운데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 보라. 하지만 이러한 대화는 때로 참 허망하고 슬프기까지 하다.
어쨌거나 동시대 현실에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모든 분야의 논의나 연구에 있어 북한은 이미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의 지위에 도달해 있다.
모든 길이 다 차단되었다 할지라도 단 한 곳, 숨쉴 곳이 있어야 한다. 바로 남북 문화교류, 의식적 차원의 교류이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면 정치는 눈앞의 빵이요, 문화는 그 삶의 길을 지탱하게 하는 정신이다.
북한의 문화, 특히 문학은 북한사회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반사하는 거울과도 같다. 북한의 문학이 명실공히 당의 정강정책을 반영하고 그것을 인민대중에게 전파하며 또 교화하는 수단이라면, 북한사회의 모든 담화가 문학 속에 담겨 있는 실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근자에 필자가 3000쪽 분량의 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 4권을 엮어 펴낸 이유도, 북한문학의 총체적 모습을 통해 북한사회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고 그 바탕 위에서 남북한의 문화 및 민족통합의 앞날을 내다보자는 뜻에서다.
동시에 남북한을 중심에 두고 해외에 널리 퍼져 있는 미주 한인문학, 일본 조선인문학, 중국 조선족문학, 중앙아시아 고려인문학을 하나의 꿰미로 엮는 ‘한민족 문화권 문학’을 설정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와 유사한 형편에 있던 독일처럼 정치와 국토의 통합에 앞서, 수형자 교환 등 여러 사회적 접점을 확보하고 매스컴 교환을 비롯한 문화적 통합을 먼저 수행한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수 있겠다. 민족의 미래에 대해 문화와 문학이 꿈꾸고 표현하는 구체적 이야기성의 표현은, 아마도 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가를 묻는 다음 세대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이 되기도 할 것이다.
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