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름다운 그대에게’ 구재희(설리), ‘성균관스캔들’ 김윤희(박민영), ‘미남이시네요’ 고미남(박신혜), ‘커피프린스 1호점’ 고은찬(윤은혜). 드라마 속 남장 여자는 남성성보다는 중성적 매력과 여성성을 무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KBS·MBC·SBS 제공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출연하는 아이돌그룹 ‘f(x)’(에프엑스) 멤버 설리(18)의 남장 연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드라마는 남자 고등학교에 위장 전학한 여고생 재희(설리)의 좌충우돌을 다뤘다. 그런데 재희를 보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받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2007년),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2008년), ‘미남이시네요’의 박신혜(2009년), ‘성균관스캔들’의 박민영(2010년) 등 1년에 한 번꼴로 ‘남장 여자’ 드라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남장 여자 드라마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다.
○ ‘분석심리학’으로 보면
이 드라마들의 구조는 비슷하다. 한 여성이 우연치 않게 남장을 한다, 이후 사랑에 빠지지만 정체가 드러난 뒤 갈등을 겪는다. 다시 갈등 뒤 사랑을 이룬다는 식이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금기 엿보기 심리도 있다. 드라마 속에는 남장 여자가 남자 목욕탕에 들어가는 장면이 항상 나온다. 재희(설리)의 활동 공간은 금녀(禁女) 구역인 남자 고교다. 김윤희(박민영)와 고은찬(윤은혜)의 공간도 각각 성균관과 남자들만 일하는 카페였다.
○ ‘진화심리학’으로 보면
성별에 따라 좋고 싫음도 명확하게 갈린다. 남성 시청자들은 대부분 “극중 남장 여자는 머리 길이가 짧거나 걸음걸이가 남성적이거나 관계없이 모두 예쁘게 보인다”며 호감을 나타낸다.
생존과 번식의 관점에서 인간을 분석하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1순위로 놓는다. 남성 시청자들은 남장 여자배우의 분장이나 연기보다는 여배우 자체의 성적 매력에 심취한다는 것.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남장 여자도 결국 아름다움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극중 남장 여자들은 ‘진짜’ 남자같이 선이 굵은 개성파 배우보다는 설리와 윤은혜, 박민영, 문근영, 박신혜 등 동글동글하고 여성스러운 여배우들이 맡았다.
하지만 결혼적령기 여성(20대 이상)들은 “남장 여자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과 아이를 먹여 살릴 남성의 ‘능력’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보이시’한 여장남자에는 관심이 적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