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6일 월요일 맑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트랙 #24 Latte E Miele ‘Il Calvario’(1972년)
24일부터 26일까지 제주에 머물렀다. 서귀포시에서 열린 대중음악계의 비평가상 ‘이매진 어워드’ 취재차 들른 그곳에서 본 공연들이 저마다 특별했다. 수상 후보자들의 연속 공연은 웬만한 페스티벌을 능가하는 즐거움을 줬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24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다락쉼터에서 본 4인조 밴드 얄개들의 ‘해변 라이브’였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바다가 비현실적 배경으로 뒤에 걸렸다. 멤버들은 통기타 두 대와 보틀넥 주법으로 연주되는 전자기타, 브러시로 연주되는 스네어 드럼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처럼 나른한 음악을 대기 중에 풀어놨다. 그들의 곡 ‘청춘 만만세’의 후렴구,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가 나올 때는 관객과 뮤지션 모두 그 풍경과 시간 속에 그대로 박제돼 버리면 어쩌나 하는 환상적인 걱정에 사로잡혔다.
사실, 음악에 집중하는 데는 눈을 감아 시각마저 차단하는 방법이 최고다. 졸음을 견딜 수만 있다면. 2002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성당에서 본(사실은 들은) 파이프 오르간 콘서트가 딱 그랬다. 성당 안을 입석까지 가득 메운 관객들은 하나같이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끝날 때까지 1시간여 동안 눈을 감은 채 음악에 집중했는데, 그런 집단적인 집중의 광경은 장황한 설교나 설법, 찬양을 무색하게 하는 종교의식 같았고 내게 조용한 충격이었다. 그 기억은 지난해 4월,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에서 열린 이탈리아 록 밴드 라테 에 미엘레의 파이프 오르간 콘서트를 보며 다시 떠올랐다.
나도 지난주 내 나름의 라이브를 펼쳤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