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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의 ‘광고 TALK’]원자력에 대한 견해차

입력 | 2012-08-29 03:00:00


동아일보DB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가 생기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가동이 중단될 때마다 ‘원전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방사능 누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왔다. 세계 6번째의 원전 수출국인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적인데, 국민들은 점점 불안해한다. 우리는 원자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1960년대에 벌써 ‘현대인이라면 원자력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광고가 있어 인상적이다.

학원사의 ‘원자력 교실’ 책 광고(동아일보 1960년 7월 16일)는 “원자력에 대한 지식은 현대인의 필수과목”이라며 책 제목을 헤드라인으로 썼다. 미국 브룩헤이번 연구소의 D J 휴스 박사의 ‘On Nuclear Energy’를 서울대의 조순탁(趙淳卓·1925∼1996) 교수가 번역한 책으로 국판 250쪽이었다. 광고에서 “원자력의 원리와 평화적 이용의 가능성을 설파한 쾌저!”라고 설명하며 초기의 원자로 형태를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학생, 교사, 지식인이라면 원자력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원자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명지대 연구팀은 원자력 안전 신뢰지수가 100점 만점에 51.67점이라고 발표했다. 동아일보 조사(2012년 3월 8일)에서는 65.9%가 원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안전성에는 35.2%밖에 동의하지 않았다. 원자력 안전에 대해 신뢰하는 정도를 이성적·감성적 태도로 알아본 것이니 지식의 정도에 관계없이 평소 느낌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수원은 신뢰를 회복하고 소통하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주인이 보기에는 반병밖에 안 남았네. 손님이 보기에는 반병이나 남았네.” 유명한 시바스리갈 광고 카피다. 반쯤 남은 술에 대한 생각도 입장에 따라 다르듯, “원전, 얼마나 안전해야 충분히 안전한가?”(제무성 한양대 교수)라는 원자력계의 오래된 화두 역시 견해차가 크다. 원자력 관련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선입견에 따라 부정적 편견을 갖는 분들도 있다. 모두가 원자력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객관적인 가치 판단을 하려면 최소한의 공부는 해야 한다. 비판을 위해서라면 더욱더.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