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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 충돌]아베 “재집권땐 과거사 반성 3大담화 수정”… 막 나가는 日

입력 | 2012-08-29 03:00:00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전 일본 총리가 28일 자민당이 다시 집권하고 자신이 총리가 되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 식민지 지배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반성을 담은 그동안의 일본 정부 입장을 모두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전날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마쓰바라 진(松原仁) 국가공안위원장이 고노 담화 수정을 제안한 데 이은 것이다. 전후 세대가 주류인 일본 정치권이 조기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과거사 뒤집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 “집권하면 과거사 담화 모두 수정”

다음 달 자민당 총재 경선을 통해 총리 재도전에 나설 계획인 아베 전 총리는 28일자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집권하면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담화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담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담화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정부 견해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 국가에 대한 과도한 배려는 결국 진정한 우호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중심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사의 속박에서 벗어나 전쟁 금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일본 헌법 9조를 폐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2006∼2007년 총리 재임 때 헌법 개정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을 만든 바 있다.

또 아베 전 총리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과 손잡고 헌법을 바꾸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인식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하시모토 시장의 주장에 대해 “매우 용기 있는 발언이었다. 하시모토 씨는 같이 싸울 수 있는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미가요 기립 제창을 의무화한 오사카 교육기본조례야말로 자신이 총리 때 개정한 교육기본법의 정신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미가요는 일본이 제국주의 침략 때 부르던 국가다.

○ 분출하는 망언…‘이명박 효과’ 주장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망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베 전 총리는 1997년 4월에도 “한국에는 기생집이 많아 그런 것(성매매)을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5월에는 나가노 시게토(永野茂門) 당시 법무상이 “위안부는 공창(公娼)으로 미군, 영국군 등도 동일한 일을 했다”고 주장했고 8월과 10월에는 사쿠라이 신(櫻井新) 환경상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통산상이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구미 열강으로부터 아시아제국을 구하기 위한 방어 전쟁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정권으로 바뀌고 잠잠하던 망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다시 분출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정치인은 물론이고 총선을 앞두고 민족주의를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의원들까지 가세해 국회에서 망언 경쟁을 벌이고 총리와 각료들이 이에 맞장구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27일에는 고노 담화와 관련해 고노 전 관방장관과 이시하라 노부오(石原信雄) 전 관방 부장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우익 진영은 뜻밖의 ‘이명박 효과’라며 반색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유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서 역대 정권이 불가침으로 여겨 온 고노 담화가 비판의 표적이 됐고 국회에서 수정이 논의되기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일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우익의 주장에 내몰려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여성 인권과 과거사 반성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방패로 삼아 온 고노 담화마저 폐기하면 비난을 방어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