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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 한반도 강타]28일 본보1면 사진속 그 어선 결국…

입력 | 2012-08-29 03:00:00

■ 제주해상 中어선 2척 난파… 15명 사망-실종




중국 어선이 난파되기 전 위태롭게 떠다니던 장면을 보도한 본보 28일자 A1면 사진.

동아일보 28일자 1면에는 높은 파도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중국 어선의 사진이 실렸다.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이 사진을 보면서 많은 독자가 “저렇게 험한 바다에 왜 배가 나갔을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많은 이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사진 속의 어선은 28일 끝내 좌초됐다.

27일 오전 11시경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동남쪽 1.8km 해상. 태풍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시 소속 100t급 웨장청위(R江城漁) 91104호, 91105호 등 어선 2척이 서로 50여 m 떨어진 채 8∼10m의 집채만 한 파도 사이에서 위험스레 정박해 있었다.

서귀포해경은 이날 낮 12시 15분경 이들 어선이 바다에 정박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업무선국을 통해 교신을 시도했지만 중국 어선으로부터 답변이 없었다. 해경 관계자들은 애가 탔다. 파도가 너무 높아 해경 경비정을 현장에 파견하기도 어려웠다. 급기야 주제주 중국총영사와 중국 어정국으로 상황을 전해 인근 사계항이나 목포항, 중국 등으로 피항하도록 교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중국 어선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구사일생 28일 오전 2시경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포구에서 중국 저인망 어선 웨장청위 91105호가 좌초됐다. 좌초된 어선에서 중국 선원들이 줄로 구조되고 있다. 서귀포=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날이 밝자 사계항 방파제에서 30m 떨어진 곳의 바위틈에 좌초한 91105호 모습이 드러났다. 다른 한 척은 서쪽으로 2km가량 떨어진 해안에 두 동강 난 채 좌초해 있었다. 해경 특공대는 우선 사계항 방파제에서 구조작업에 돌입했다. 오전 9시 45분경 밧줄을 연결한 투삭총을 91105호에 쐈다. 밧줄이 연결되자 구조대원 두 명이 높은 파도를 헤치고 가까스로 어선에 승선했다. 선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중국인 선원들을 안심시키고 구명동의를 입힌 뒤 밧줄에 몸을 연결했다. 하나 둘씩 모두 11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두 동강이 난 91104호에서도 한 명을 뭍으로 대피시켰다.

두 척의 어선에 타고 있던 중국인 선원은 모두 33명. 6명은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을 쳐 뭍으로 나왔지만 5명은 해안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10명은 실종됐다.

중국 어선들이 교신에 응답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계항 인근에서 구조된 91105호 선장(38)은 화순항 외곽에 머물렀던 이유에 대해 “91104호 선장이 우두머리라 그쪽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91104호 선장은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 관계자는 “무등록 불법 조업이 탄로 날 것이 두려워 무선교신을 끊고 항내로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 중국 어선은 제주 부근 바다에서의 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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