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에 혐의 ‘빼곡’… 손수조 운동원 일당 주고 지역구 17곳에 떡 돌리기도
현영희 의원
“부산 지역 17개 후보 캠프와 부산시당에 영양떡 제공.”
“이정현, 현경대 후보에 대한 정치후원금 차명 제공.”
체포동의안에 첨부된 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이 너무도 다양할 뿐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현 의원의 도움을 받은 새누리당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회로 넘긴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현 의원은 올 1월부터 교회나 사찰을 돌아다니며 사실상의 4·11총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부산 동구에 있는 여러 절의 스님들을 만나 자신을 부산 중-동구 예비후보자로 소개한 뒤 지지를 부탁하면서 시주금을 건넸다는 것. 현 의원은 1∼2월에 모두 11개 교회와 사찰에 90만 원과 자신의 책 5권, 귤 상자를 제공했다.
비례대표 후보 23번이 확정(3월 21일)된 뒤 현 의원은 본격적으로 다른 후보에 대한 ‘도우미’ 역할에 나섰다. 같은 달 29∼31일 부산지역 18개 지역구 중 자신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공천을 받는 데 실패했던 부산 중-동구 한 지역구를 빼놓고 전 지역구 후보 캠프에 7만 원 상당의 영양떡을 두 되씩 돌렸다.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부산 사상 손수조 후보 돕기도 이때 시작됐다. 현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3월 29일부터 선거 직전인 4월 10일까지 매일 한두 명의 자원봉사자(총 17명)에게 각각 일당 5만 원씩을 주고 손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전화 선거운동을 하게 했다.
공식 선거운동기간 13일 내내 현 의원의 돈을 받은 운동원이 손 후보 캠프에 상주한 것이다. 특히 손 후보의 선거사무장인 이모 씨는 유니폼 대금을 지원해 달라고 현 의원 측에 부탁해 5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선거일이 임박한 4월 6일 박 비대위원장이 7년 만의 ‘1박 2일 유세’에 나섰을 때도 현 의원의 돈이 지원됐다. 박 위원장을 따라온 국회의원 4명과 32명의 취재진이 횟집에서 먹은 음식값 82만 원도 현 의원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당 관계자는 “현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 순번이 확정된 뒤 여러 새누리당 후보를 도운 행위는 곧 비례대표 득표 활동도 된다”면서 “결국 아슬아슬한 자신의 순번이 당선권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한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공천 뒷돈 의혹을 가장 앞세웠다. 현 의원이 3월 초순경 공천위원을 상대로 청탁을 하는 등 공천을 위해 힘 써달라는 부탁을 하며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 조기문 씨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공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의 이름은 적시하지 않았다. 이 밖에 남편 회사의 직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한 것과 법정한도액을 초과해 선거사무장 수당을 지급한 것 등 ‘백화점 수준’의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