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경차 병행수입 ‘스마트코리아’ 이인석 사장
이인석 스마트코리아 사장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스마트코리아 전시장에서 노란색 ‘스마트 포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사장은 수입차 대중화와 함께 수입 경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2008년 스마트 수입에 뛰어들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다임러벤츠그룹의 경차 브랜드인 스마트는 아직 국내에 공식 진출하지 않았지만 디자인과 실속을 동시에 챙기는 2030세대의 취향을 간파한 이인석 스마트코리아 사장(40)이 독자적으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스마트코리아 강남전시장에서 만난 이 사장은 재력가의 2세나 해외 경영학석사(MBA) 출신 사업가가 아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군대에서 부사관 생활을 하다가 29세 때 ‘보따리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어학실력은 이른바 ‘콩글리시’ 수준이었으며 통장엔 50만 원이 전부였다.
1990년대 말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를 구입해 일본에 판 것이 그의 첫 도전. 2000년대 초부터 국내 중산층에까지 번진 명품 열풍을 보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에트로’ 브랜드를 병행수입(독점 수입권을 가진 회사가 아닌 다른 유통업체가 제품을 외국에서 구매해 국내에 판매하는 것)했다. 매달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이 사장은 2004년 4륜 오토바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수억 원의 빚을 지며 큰 실패를 경험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의류 무역업으로 크고 작은 실패를 맛보며 재기를 모색하던 이 사장이 자동차 병행수입에 도전하게 된 것은 2008년. 그는 “교통체증이 심각한 이탈리아 도심에서 큰 차 사이를 비집고 달리는 작은 차를 보는 순간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 모델인 ‘스마트 포투 카브리올레’는 길이(전장)가 2695mm, 폭(전폭)이 1560mm에 불과해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보다 각각 900mm, 35mm나 작다.
재벌 2, 3세들도 기웃거리다 손해만 보고 나간 수입차 시장. 게다가 병행수입자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한 시장 환경에서 학벌, 배경, 돈도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보따리상 때부터 쌓은 현장 감각 덕분이었다. 이 사장은 “2008년 3만 대 규모이던 수입차 시장이 곧 서너 배 커지면서 수입 경차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당시 국내 한두 대씩 병행수입돼 3300만 원에 팔리던 스마트 포투의 가격을 1800만 원대로 정해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연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물량은 수십 대에 불과했고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불신도 있어 곧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음해에 시달렸다.
“여권에 빼곡히 찍힌 출입국 도장이 제겐 명문대 졸업장보다 더 값집니다. 세계를 향해 눈을 넓히고 도전하세요.”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