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공천비리 의혹 수사
“냉수 한잔 드시지요” 총선 비례대표 공천 뒷돈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공천 관련 돈 받았다” 시인
특히 검찰은 양 씨에게서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니라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돈이 누구에게 건네졌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그동안 “라디오21의 투자금으로 받았을 뿐 공천 뒷돈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온 양 씨가 결국 이처럼 시인한 것은 돈 제공자들의 일관된 진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구속된 돈 제공자 이양호 씨(서울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규섭 씨(하나세무법인 대표), 정일수 씨(부산지역 시행업체 대표)는 “공천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고 이를 사업투자금으로 위장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검찰은 양 씨가 32억여 원을 전국 각지의 금융기관 지점에 송금한 사실을 밝혀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 돈의 일부는 선거 홍보에 쓰이는 탑차 소유주에게 선금 형식으로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양 씨가 받은 돈이 여기저기 전국 은행(지점)으로 송금됐다”며 “송금 명세 중 (수취인명) 위·변조가 의심되는 것도 있고 진짜인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삭제된 기록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양 씨의 자금 흐름을 입증해 줄 단서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양 씨와 박 원내대표가 수시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가운데 이 같은 정황을 입증하는 메시지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전날인 3월 19일 이양호 씨와 정일수 씨에게 ‘공천이 어렵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동아일보 30일자 보도와 관련해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탈락 사실을 알려주고 의례적인 위로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돈 제공자들이 박 원내대표 명의로 받은 문자메시지가 여러 건 더 있지만 이 가운데 “박지원이 밀겠다. 12번, 14번 확정하겠다. 이번 주 8개는 꼭 필요하고 다음 주 10개 완료돼야 일이 스무스하게(부드럽게) 진행된다”는 등 두어 개의 문자메시지는 박 원내대표가 직접 보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진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양 씨가 받은 공천 뒷돈 중 일부가 1월 민주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만든 선거운동 조직을 유지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민주당, 시민사회세력, 한국노총이 창당한 민주통합당은 첫 지도부 선출을 위한 1·15 전당대회 때 모바일투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대의원 30%에 당원과 시민이 70%를 차지하는 방식이었는데, 모바일투표제 도입으로 선거인단이 80만 명에 육박했다. 그러면서 모바일투표가 또 다른 형태의 조직선거, 동원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원내대표는 모바일에서 10만여 표를 얻는 데 그치며 4위로 최고위원(5명 선출)에 턱걸이 당선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박 원내대표의 선거를 도왔던 한 전직 의원은 “양경숙 씨가 ‘돕겠다’고 자청해 친노 성향의 선거인단에 박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를 대량 발송했지만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정상적인 문구가 포함돼 나중엔 ‘돕지 않아도 좋으니 문자메시지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다”고 전했다.
양 씨는 총선 직후 한화갑 전 의원을 수행해 유럽을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다른 사람이 보증금 1억 원에 빌린 강북의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