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빈’ 한반도 관통
무릎까지 잠긴 목포 시내 14호 태풍 덴빈이 상륙한 30일 전남 목포시 상동 목포버스터미널 주변 도로가 침수돼 흙탕물에 잠겨 있다. 이날 목포에는 172.9mm의 비가 쏟아졌다. 목포=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볼라벤 덮쳤던 남부에 또 피해
당초 서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던 덴빈은 방향을 살짝 바꿔 이날 오전 10시 45분경 전남 완도 해안으로 진입했다. 덴빈은 상륙 이후 중심기압 99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20m, 반경 150km로 ‘약한 소형’ 태풍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동 중에 높은 지형과 충돌하고 서북쪽에서 온 찬 공기와 부딪치면서 곳곳에 많은 비를 뿌렸다.
정읍시는 침수가 우려되는 저지대 마을 120여 가구 주민 300여 명에게 긴급 대피하도록 권고했다. 목포 도심도 ‘물바다’로 변했다. 시내 도로가 대부분 물에 잠겨 한때 통제됐고 가옥 20여 채가 침수됐다. 목포시내가 물에 잠긴 것은 1999년 이후 12년 만이다. 침수 원인은 앞서 지나간 태풍 볼라벤 탓으로 보인다. 볼라벤의 강풍에 부러진 가지와 잎이 하수도 구멍을 막으면서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오후 들어 시내 도로 상황은 대부분 나아졌다. 전북 전주에서는 전주천과 삼천의 효자교 마전교 등 언더패스(다리 밑을 지나는 도로) 5곳이 물에 잠겨 통제됐다.
충청지역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다. 충남 서천 167mm를 비롯해 세종시 전의면 161mm, 부여 159.5mm, 청양군 정산면 144.5mm, 천안 120mm, 공주 114.5mm, 대전 112.8mm, 보령 103.5mm 등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뽑히고 지붕 간판이 흔들렸다. 천안시 성정 지하차도가 침수돼 양방향 통행이 금지됐다. 부여의 주정교차로 지하차도, 아산 봉강지하차도와 외암 제1교 등도 하천 범람으로 통제됐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쪽으로 수축하면서 덴빈의 경로를 동쪽으로 끌어당겨 수도권에서는 큰 피해가 나지 않았다. 경기지역에서는 여주가 122.5mm로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광주와 안산에서는 건물 7곳의 지붕이 일부 파손됐으며 수원과 평택 등에서는 간판 15개가 떨어지고 가로수 31그루가 바람에 쓰러졌다. 덴빈은 소백산맥을 타고 내륙을 이동한 뒤 경북 안동 부근을 빠르게 북동진하며 한반도를 빠져나가 31일 0시경 동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었다.
○ 인명피해 잇따라
제주와 전남 등에서 모두 18만70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무안군 무안읍 8000곳, 영광군 묘량면 5000곳, 광주 광산구 삼도동 5000곳 등이다. 오후 9시 현재 99%인 18만6000가구가 복구됐다. 항공기는 김포∼제주노선 등 248편이 결항했고 여객선도 제주와 목포 인천 등 11개 지역 87개 항로에 126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도로는 전북 남원 지방도, 군산 새만금방조제, 제주 서귀포 산방산 해안도로, 경남 양산 국도 35호선 등 4개 구간이 통제됐다. 국립공원은 한라산 지리산 북한산 등 20곳이 전면 통제됐으며 자연휴양림 예약은 취소됐다. 제주도에서 초중고교 186개교 중 112개교가 휴교했고 전남 장흥과 신안에서도 3개교가 휴교했다.
○ 산사태 붕괴 우려 여전
덴빈은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었지만 강원 등 일부 지방에는 31일 오전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연달아 닥친 태풍의 영향으로 산사태나 제방 붕괴 등의 사고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
산림청은 30일 오후 전북 완주 진안 무주 장수 순창군 등지와 충북 청원군 등 8곳에 산사태 경보를 발령했다. 또 광주 등 11곳에는 산사태 주의보를 내렸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