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서… 200m 떨어진 도로서 이불 싸인 채 발견대장 파열 응급수술… “얼굴 모르는 아저씨가 끌고 가”
2008년 조두순이 8세 여아(일명 나영이)를 성폭행한 뒤 중상을 입힌 ‘조두순 사건’, 올 7월 김점덕이 10세 여아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에 이어 또다시 초등학생이 성폭행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경찰은 용의자가 집 안까지 들어와 대범하게 범행을 저지른 점으로 미뤄 이 지역 지리에 밝은 것으로 추정하고 나주지역 성폭행 전과자들과 정신질환자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A 양이 잠을 자던 당시 집 안에는 부모와 4남매 등 총 6명이 안방과 거실 등에서 자고 있었지만 모두 A 양이 사라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집에서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얼굴을 모르는 아저씨가 이불째 안고 걷고 있었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더니 ‘삼촌이니까 괜찮다. 같이 가자’며 끌고 가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양이 성폭행으로 부상을 입은 데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을 감안해 조사를 중단하고 응급수술을 받게 했다.
경찰은 A 양의 어머니가 “전날 오후 11시경 PC방에 갔다가 이날 오전 2시 20분경 귀가할 당시 딸이 거실 출입구 쪽에서 자고 있었고 오전 3시경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갈 때 딸이 보이지 않자 아빠와 함께 안방에서 자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미뤄 A 양이 오전 2시 20분부터 3시 사이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양 부모는 평상시에도 현관 출입문을 잠그지 않고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양 집 인근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해 판독할 예정이지만 사건 발생 추정 시간에 태풍의 영향으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려 판독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양이 용의자가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진술했지만 밤 시간대였던 점을 감안해 주변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