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롬니 후보는 1층 입구로 들어와 대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연단으로 향했다. 연단에 오른 그는 “공화당 미국 대통령 후보를 수락합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날 5만여 명의 대의원 및 당원이 모인 행사장은 “밋! 밋! 밋!”이라는 구호로 가득 찼다. 전광판에는 ‘우리는 미국의 격과 능력을 믿는다(We believe in America)’는 전당대회 구호가 선명했다. 롬니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당원들은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를 반복해 외쳤다.
롬니 후보는 “미국의 경제력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연설의 상당 부분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失政) 공격에 할애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기원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은 실망을 불러왔고 분열을 초래했다. 변화와 개혁은 실패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4년간의 실망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해수면의 상승을 낮추고 지구를 치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나는 여러분과 가족을 돕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여성 지도자들을 거명하면서 여성과 이민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들도 잊지 않았다.
이날 롬니 후보의 연설은 여러모로 1980년 공화당 전당대회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이건은 ‘위대한 미국’이라는 보수의 비전과 ‘진보의 정책 실패’를 동시에 부각하는 연설로 상대방인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을 공격했다.
레이건은 “나는 2류 리더십이 이 위대한 나라를 계속 위기 상황으로 내몰며 망치는 것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며 “카터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와 지금의 경제 상황을 비교해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질문했다. 롬니 후보도 이날 “4년 전 대선의 흥분이 가신 지금 대다수 미국인은 자녀가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자신에 대한 날선 비난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에 대해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해선 비판할 게 많지만 그는 매우 규율 바르고 신의 있는(disciplined, faithful) 사람”이라고 호평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탬파=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