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서 잠자던 7세 여아 납치 성폭행… 인면수심 범행 과정평소 피해자 가족 식당서 밥먹고 집에도 놀러가납치후 큰 길 피해 어두운 골목거쳐 강 둔치로
고종석은 서울에서 내려온 친동생(20), 작은아버지와 함께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회포를 푼다며 소주 5병을 사왔다. 전남 순천시 장천동 한 모텔에 월세방을 얻어 살고 있던 고종석은 나주의 작은아버지 집에 이틀 전에 놀러온 상태였다. 이전에도 고종석은 나주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자주 작은아버지 집에 들렀다. 술자리는 2시간 반 정도 이어졌다.
오후 11시 25분경, 고종석은 “동생과 한잔 더 마시겠다”며 집을 나와 1시간 반 정도 술을 마셨다. 2차 술자리가 끝난 뒤 동생이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작은아버지 집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단골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0일 오전 1시 10분경 그는 이곳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A 양(7)의 어머니(37)를 만났다. 그녀는 ‘오디션’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고종석은 그녀에게 “매형(A 양의 아버지)은 잘 살고 계시죠. 술 한잔 해야 하는데”라며 반갑게 말했다. 또 “애들(A 양을 비롯한 4남매)도 잘 있죠”라고 물었다. 고종석은 A 양의 집에 서너 차례 놀러간 적이 있었다. 간혹 A 양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식당에서 끼니도 해결했다.
고종석은 이불로 싼 A 양을 들고 어두운 골목길과 계단을 거쳐 영산강 둔치로 갔다. A 양 집은 왕복 6차로 도로 옆이어서 범행 장소인 영산대교 밑으로 가기 위해서는 왕복 6차로 도로의 횡단보도를 2번 건너야 한다. 그는 주민이나 차량 운전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이 도로를 건너지 않고 뒷골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영산대교 밑에서 A 양을 성폭행한 뒤 그대로 버려두고 달아났다. 범행 장소는 A 양 집에서 직선거리로 130m가량 떨어진 곳이다. 고종석은 오전 2시 반경 A 양의 집에서 50여 m 떨어진 슈퍼마켓에서 현금 23만 원, 담배 7만 원어치를 훔친 뒤 범행 장소에서 4km 정도 떨어진 나주 시내 한 찜질방에 숨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30일 오전 2시 반경 귀가한 A 양 어머니는 A 양이 없는 것을 알았지만 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자는 줄 알았다. 오전 7시 반에 딸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A 양 어머니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끔찍했던 범죄의 현장 8월 30일 전남 나주시에서 피의자 고종석이 초등학생 A 양을 성폭행한 뒤 버리고 달아난 영산대교 다리 밑. 알몸으 이곳에서 빠져나온 A 양은 100m 떨어진 영산강 둔치 옆 인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경찰이 A 양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해가 중천에 뜬 오후 1시경. 소녀는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이불과 함께 온몸이 젖어 있었다. 태풍까지 불어 공포, 추위, 고통이 더한 속에서 A 양은 그렇게 긴 새벽과 오전 한나절을 아무도 없이 홀로 보내야 했다.
고종석은 31일 오전 10시경 나주를 떠나 광주를 거쳐 순천의 단골 PC방으로 갔다. 그는 앉자마자 ‘나주 성폭행범’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31일 오후 1시 25분경 경찰에 5분여 만에 붙잡혔다. 고종석은 검거되는 순간 범행을 시인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