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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5만∼10만명 심각한 인격장애 추정

입력 | 2012-09-03 03:00:00

‘보고 또 보고’ 주변 관심 가져야 비극 예방




“성격에 문제가 많다”는 말은 더이상 농담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주변에 흔하다. 그들은 성격에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물론 그 자신은 모른다. 모두가 이상하다고 수군거려도 왜 그게 이상한 거냐며 의아해한다. 바로 인격장애다. 흉악범죄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범죄자들도 모두 인격장애자다. 그것도 중증이다. 더불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 환자다. 만약 그들의 정신질환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리고 치료를 했더라면 많은 참극을 막았으리라.

○ 치명적 결함 인격장애

2004년 개봉한 영화 ‘얼굴 없는 미녀’에서 극중 지수(김혜수 분)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장면. 지수는 누군가에게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 공포심을 떨치기 위해 그녀는 매일 물건을 구매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때로는 자살 시도까지 한다. 스스로는 인격장애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는 게 중요하다.

인격장애는 말 그대로 인격에 문제가 있는 상태를 뜻한다. 정신질환으로 분류된 공식 질병이다. 그러나 환자가 얼마인지 알 수는 없다. 대부분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해 병원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인구의 10∼20%가 인격장애의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 가운데 1%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에만 5만∼10만 명의 심각한 인격장애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격장애는 크게 A, B, C 유형으로 분류한다. A 유형은 괴상하고 별난 경향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편집성, 분열성, 분열형 인격장애가 있다. B 유형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변덕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히스테리성, 자기애적, 반사회적, 경계성 인격장애가 포함된다. C 유형은 감정이 억제돼 있고 불안해하며 두려움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인격장애가 포함된다.

왜 인격장애가 생길까. 우선 생물학적 원인을 들 수 있다. 폭력적이고 충동적이라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게 이유가 될 수 있다. 지나치게 냉담하고 수동적이라면 엔도르핀 분비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지나치게 공상을 많이 하거나 고립을 즐기는 심리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 미래의 ‘시한폭탄’ 충동조절장애

충동조절장애는 질병 분류에서 인격장애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격장애와 겹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충동조절장애가 나타나는 범위는 다양하다. 가볍게 보면 손톱을 물어뜯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도, 제 머리를 잡아 뜯는 것도 충동조절장애다.

심각한 충동조절장애는 당장 문제가 된다. 각종 중독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B 유형의 인격장애와 겹치면 반사회적 행동이 더욱 두드러진다. 병적으로 방화를 하거나 섹스 중독에 빠질 수 있다. 폭력적인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가한다. 도벽도 심해진다. 그러나 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다. 일을 저지르면서 극도의 쾌감과 해방감을 느낀다. 나중에 후회를 해도 반성은 없다. 문제가 될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그 일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해결의 열쇠

인격장애나 충동조절장애를 치료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치료에 돌입했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절반은 완치한 셈이다.

보통은 의사와 대화를 하는 면담치료가 가장 먼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약을 찾아 처방한다. 면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치료를 하기도 한다. 환자들이 의사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자신의 문제점을 털어놓는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 처음에는 서먹서먹하지만 몇 회가 지나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문제를 교정하는 의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집단치료의 일환으로 가족 모두를 불러 토론하는 가족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전자장치를 활용해 생리적 변화를 당사자에게 보여준 뒤 명상이나 근육이완을 통해 조절 능력을 강화하도록 한다.

그 어떤 치료도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 따라서 가족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 초기에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데부터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적극적인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 내 가족과 동료를 관찰하자. 이상한가. 그렇다면 계속 주목하라.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미래의 참극을 막는 방법이다.

(도움말=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은호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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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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