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금성사의 금성라디오 광고(동아일보 1965년 8월 14일)에서 이 무렵 라디오의 청취 습관을 엿볼 수 있다. T-810 트랜지스터라디오의 안테나를 한껏 뽑아 올리고 여인이 눈을 감은 채 감동에 취해 고혹적인 자태로 라디오를 듣고 있다. 별도의 헤드라인 없이 금성라디오라는 브랜드를 내세웠다. “위로의 벗/즐거움의 벗/지식의 벗/언제 어디서나/당신의 벗”이라는 보디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벗’이라는 단어를 네 번씩이나 강조했다. 라디오의 손잡이도 세워 놓아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음도 빼놓지 않았다.
요약하면,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는 순간에 라디오는 늘 벗이 되어 준다는 내용이다.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이 친구라면, 서로 깊은 마음까지 나누는 사이는 벗이다. 친구는 벗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지금은 자주 쓰이지 않는 벗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던 점에서 볼 때, 당시에 라디오는 마음까지 주고받았던 미디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시절엔 라디오 소설이 인기 폭발이었는데 요즈음의 인기 드라마 이상이었다. 벗 같은 매체였기에 가능했으리라.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