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상위리그行 이어 FA컵에서도 결승 진출
1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 FC와 울산 현대의 축구협회(FA)컵 준결승. 최진한 감독이 8강전 퇴장 탓에 스탠드에서 지켜봤지만 경남 선수들은 오히려 더 똘똘 뭉쳐 그라운드를 활기차게 누볐다. 안방경기인 데다 K리그 4위로 강호인 울산 현대 선수들이 오히려 당황했다. 결과는 경남의 3-0 완승. 요즘 “살기 위해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는 경남 선수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경남은 시민구단으로 스폰서의 협찬에 의존하고 있는데 메인스폰서인 STX가 연간 40억 원의 지원금을 20억 원으로 줄인다고 하는 등 재정적 위기가 닥쳤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스폰서를 잃어 다음 시즌을 기약 못할 수도 있는 상황.
위기는 기회였다. 패배는 곧 구단 존폐의 문제. 경남 선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겨야만 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 감독은 “한마디로 선수단이 하나가 됐다. 어려운 구단을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두 오직 승리만을 위해 똘똘 뭉쳤다. 스타는 없지만 모두가 스타였다”고 말했다. 경남은 지난달 28일 열린 K리그에서 기적적으로 8위를 해 스플릿 시스템 상위리그에 진출했고 이날 FA컵에서도 결승에 진출했다. 최 감독은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면 기업들도 경남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스폰서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우리 모두 헌신적으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은 제주를 2-1로 꺾은 포항 스틸러스와 다음 달 20일 포항전용구장에서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