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초 만에 한판 최광근(위)이 2일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패럴림픽 유도 남자 100kg급 결승에서 미국의 마일스 포터를 허리후리기 한판승으로 꺾은 뒤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런던=EPA 연합뉴스
키 178cm, 몸무게 99kg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아들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얼굴에는 땀과 눈물이 뒤섞여 흘렀다. 애써 감정을 누른 채 소감을 얘기하던 그는 큰 소리로 인터뷰를 마쳤다. “엄마, 빨리 나아. 나 금메달 땄어!”
최광근(25·양평군청·사진)은 2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 유도 남자 100kg급 결승에 심판의 손을 잡은 채 나왔다. ‘보무도 당당한’ 입장과는 거리가 있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 “엄마! 빨리 나아… 나 금메달 땄어” 한국, 12년 만에 유도메달 겹경사 ▼
45초 만에 한판 최광근(위)이 2일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패럴림픽 유도 남자 100kg급 결승에서 미국의 마일스 포터를 허리후리기 한판승으로 꺾은 뒤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런던=EPA 연합뉴스
최광근에게 유도를 권유한 사람은 어머니 김숙희 씨(48)였다. 또래에 비해 살이 찐 아들에게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지못해 도복을 입은 아이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어머니는 “그래도 못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사춘기 때도 속 한번 썩이지 않은 착한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최광근은 강원 강릉 주문진고교에 입학한 뒤부터 유도에 재미를 붙였다. 고교 2학년 때부터는 전국대회 입상권에 들었던 그는 그해 전국체육대회 메달을 노리며 훈련을 거듭했다. 예상하지 못한 시련이 찾아온건 바로 그때였다. 3학년 선배와 연습 경기를 하던 중이었다.
“선배의 머리였는지 손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서로 기술을 겨루다 왼쪽 눈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원래 두 눈 모두 난시가 심했는데 그날부터 왼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됐죠.”
어머니는 혼자 어렵게 살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아들은 고교 3학년 때 비장애인 유도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한국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요즘은 실업팀 양평군청 소속으로 비장애인 대회에도 출전한다. 시각장애인 유도에서는 최강자다. 2010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결국 패럴림픽까지 제패했다.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최악이었어요. 다리에 생긴 봉와직염으로 2주 동안 입원한 뒤 1주일 정도 훈련하고 출전했죠. 솔직히 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오늘 유난히 몸이 가벼웠어요.”
어머니의 목소리도 밝았다. 강원 원주에 있는 김 씨는 새벽 TV를 통해 아들의 우승 소식을 접했다. 아들이 도핑 테스트를 마친 뒤에는 통화도 했다고 전했다.
런던=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