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모두 성적은 전교 중하위권. 하지만 A 씨는 두 아들의 꿈이 결코 못마땅하지 않다. 오히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탓에 보컬전문학원이나 댄스스쿨(학원)에 보내주지 못하는 것이 항상 미안하다.
직장일이 바쁜 탓에 큰아들이 참가하는 오디션과 대회 현장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A 씨. 그는 지난달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서울지역 2차 예선에 처음으로 큰아들과 동행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오디션 현장에는 큰아들처럼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초중고생으로 가득했다. 오디션 참가 부스만도 ‘A’부터 ‘U’까지 21개. 부스 당 많게는 300명까지 들어가 오디션을 치렀다. 기타연주와 노래솜씨를 뽐내기에는 오디션 시간도 너무 짧았다. 참가자 한 명을 평가하는 데 길어야 1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큰아들이 이 오디션을 준비한 시간만 한 달이 넘는데 고작 1분이라니….
저녁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온 A 씨는 고민에 빠졌다. 평소 아이돌 스타가 되는 길이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눈으로 확인한 현실의 벽은 그보다 높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아들의 꿈을 일방적으로 꺾고 싶지는 않았다.
이튿날 A 씨는 두 아들을 불러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앞으로 시도나 국가기관에서 주최하는 학생 대상 음악·댄스 경연대회에만 나갔으면 좋겠어. 그리고 오디션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 참가하는 게 어떨까?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공부도 열심히 하며 다른 직업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말이야.”(A 씨)
“아이가 노래와 춤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와 오디션 현장에 동행해 보니 ‘현실’이 보였어요. 두 가지 모두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열정을 응원하되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크게 좌절하지 않게끔 열정과 현실 간의 균형을 맞춰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요?”(A 씨)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