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 성폭행 피해자인 초등생 A양(7)의 어려운 가정 형편이 알려지면서 향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게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나주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A양 가정은 어린 아이 4명을 포함 모두 여섯 식구로 일용 노동자인 아버지와 분식집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월 160만 원 안팎의 돈을 벌어 생활해 왔다.
보건복지부가 산정한 6인 가족 최저생계비 204만 8904 원(2012년 기준)에 한참 부족한 액수이다. 이마저도 2월경 분식집 문을 닫으며 벌이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는 피해자의 외상 치료와 장기간에 걸친 심리 치료를 모두 지원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해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한 심리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견을 내놓고 있지만 현 지원체계로는 요원한 상황이다.
한 지역 원스톱지원센터의 사례에 따르면 심한 외상을 동반한 피해자의 경우 응급 수술비만 300만~500만 원이 들고 몸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수백만~수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센터에서 응급치료와 함께 최고 1년까지의 정신과 치료를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통상 당해 3/4분기에 들어서면 예산이 바닥날 정도로 열악해 그 수혜자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가 전국의 성폭력 피해자 치료를 위해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10억 원에 불과하다.
범죄 피해자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광주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통상 200만 원 안팎, 중환자의 경우만 700만~800만 원 선의 의료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연간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 1억 2000만 원과 기부금 1억 원 등 총 2억 2000만 원 규모의 예산으로는 지원을 늘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전국 58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상황도 비슷한 실정이라고 전국 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나주시와 지원단체 등은 저마다 A양에 대한 적극 치료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진 후에도 A양에게 필요한 지원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책임지고 피해자를 지원해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아동 성폭력은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피해자가 성장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 장애가 올 수 있어 성인기까지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는 가족에 대한 치료도 필요해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성(性)'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큰 만큼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