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148% 급증… 학교에서 금융 실무 배우고 동아리 활동 통해 자격증 취득업무처리 대졸에 안 뒤져
8월 29일 김종민 교보증권 팀장(가운데)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여상을 찾아 증권사 입사를 꿈꾸는 모교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그동안 증권회사는 고졸 지원자들에게 ‘취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증권 상품의 특성상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 보니 과거 증권업계에서는 ‘정규사원=대졸사원’이 공식처럼 통했다. 제조업종 등에 비해 연봉 수준이 높기 때문에 증권회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입사하기 쉽지 않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 특성화고 증권사 취업 적극 나서
우리투자증권과 한화증권은 올해 처음 고졸 공채를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업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원하는 경력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해 업무 자세도 좋다”고 말했다.
매년 두 자릿수로 고졸사원을 뽑아온 삼성증권은 기존 학교장 추천에서 공채로 선발 방식을 바꿨다.
지난해에는 12개 증권사 중 2곳만이 고졸 공채를 진행했지만 올해에는 5곳으로 늘었다.
증권사 취업 문턱이 낮아지면서 특성화고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특히 서울여상, 일신여상 등 금융 관련 특성화고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김시택 서울여상 취업지도부장은 “금융정보학과를 둬 현장 실무를 가르치고 동아리 활동이나 보충수업을 통해 증권 관련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취업한 뒤 실망하기 십상인 만큼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경력 쌓기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981년 서울여상을 졸업한 김종민 교보증권 WM지원팀장(50)은 “이젠 학력보다 경력이 중요한 시대”라며 “‘자격지심(自激之心)’만 버린다면 고졸이라고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김 팀장은 2006년 고졸 출신 여성 직원으로는 최초로 증권사 지점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그는 다만 “(고졸 출신 사원들은) 영업에 대한 두려움이나 스스로 고졸이라는 콤플렉스에 갇혀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남들이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더 열린 마음으로 부딪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고졸 출신들을 선발한 뒤 서무나 안내데스크 등 주로 보조업무만 맡기는 관행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김시택 부장은 “브레인 등 일부 투자자문사들이 매년 학생들을 선발해 트레이더로 키우는 사례도 있는 만큼 고졸 출신에게도 다양한 업무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