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바벨은 못 들었지만 가족은 잘 들어 올려야죠”
2012 런던 올림픽 역도 남자 94kg급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김민재(아래 사진)는 11월 25일 역도 선수 출신 아내 이연화 씨와 뒤늦은 결혼식을 올린다. 위 사진은 둘째딸의 돌에 찍은 가족 기념사진이다. 김민재 제공·동아일보DB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온 김민재는 또 한 번 울컥했다. 아내 이연화 씨(29)로부터 “무사히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에요. 이만큼만 해도 잘했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잖아요”라는 말을 듣고서다.
김민재가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죽을 만큼 열심히 운동을 한 건 순전히 아내 이 씨를 위해서였다. 고교 시절 유망주였던 김민재는 대학교 1학년 때 역도에 흥미를 잃고 한동안 방황을 했다. 중국집 배달과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군대에 갔다.
김민재는 2007년부터 이 씨와 함께 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보미, 가현)도 얻었다. 하지만 2009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 각종 국내외 경기에 출전하느라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김민재는 11월 25일 경기 고양의 한 웨딩홀에서 그동안 미뤄둔 결혼식을 올린다. 김민재는 “비록 메달을 선물하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결혼식을 올린 뒤에는 죽을 힘 이상으로 열심히 운동할 것”이라고 했다.
런던 올림픽을 통해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이전까지 김민재는 ‘새가슴’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연습 때는 엄청난 중량을 들어올리다가도 막상 경기장 플랫폼에만 올라가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는 “220kg과 221kg을 실전에서 시도한 건 처음이었다. 막판에 떨어뜨리긴 했지만 클린 동작(바벨을 어깨까지 들어올리는 것)까지는 가볍게 느껴졌다. ‘이걸 들면 메달이다’라는 생각에 조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여전히 ‘메달 획득’일까. 이에 대해 그는 단호했다. “아뇨. 그땐 금메달이죠.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니까 꼭 금메달을 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