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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이것만은…/김재창]음악을 도구삼아 세상을 ‘반올림’하고 싶다

입력 | 2012-09-04 03:00:00


어릴 때부터 해온 음악으로 유학도 하고 유럽무대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도 했다. 지금은 후진 양성과 공연 기획 등 음악을 이용한 여러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인생의 후반에 접어들어서는 케냐의 빈민가에서 지라니합창단을, 인도에서는 바나나어린이합창단을 창단했다. 나만이 아닌 다른 이의 인생을 반올림하는 데 음악을 쓰고자 해서다.

오늘도 나는 냄새나고 꾀죄죄한 빈민가의 어린이들과 함께 호흡한다. 꿈도 비전도 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새로운 삶에 눈뜨는 변화의 도구로 음악을 사용하게 하고자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인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아이들을 음악가로 키우려는 것은 아니다. 정직과 성실, 배려와 인내라는 단어가 사전에 아예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소원하며 오늘도 씨름하는 것이다.

제 박자를 맞추는 데서 정직함을, 연습에 늦지 않고 날마다 참석하는 데서 성실함을, 옆 친구의 소리를 들어가며 하모니를 이루는 데서 배려를, 무대가 시작되면 끝까지 마쳐야만 하는 데서 인내를 배운다. 쓰레기와 뒹굴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연주를 마친 후 받는 박수갈채에 성취감과 자존감을 느끼고 내일을 꿈꾸는 아이들로 변화한다.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서 음악이 이뤄내는 결과에 나 자신도 놀라곤 한다.

음악은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상한 영혼을 치료한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해 온 나는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 음악을 도구삼아 세상을 반올림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음악치료를 위한 아미치 음악회’다.

1999년부터 성악가로 구성된 ‘아미치 솔리스트 앙상블’을 조직하고 전국의 정신요양시설과 노숙자 쉼터를 방문해 100여 회의 음악회를 했다. 아미치 음악회가 열리면 환우들의 상태가 좋아진다는 시설 근무자들의 후기는 음악이 주는 선한 영향을 확신하게 했다. 그 확신을 환우들만이 아닌 제3세계의 미래를 이끌고 갈 어린이들과 나누고자 한다.

지금은 세계 11위라는 경제적 위상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해외원조를 받는 나라였다. 이제 원조국으로 바뀌고 세계 각국의 롤 모델이 된 것은 새마을운동과 같은 계획경제정책과 정신운동이 이뤄낸 성과다. 그렇기 때문에 제3세계의 나라들에 물질을 퍼붓는 원조를 하는 대신 그들이 정신력을 깨우는 근본 개발정책을 세우도록 돕고 싶다. 이를 만들어 가는 것은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될 것이다. 나는 국제개발기구인 월드샤프를 만들어 합창단을 시작으로 삼아 이를 위한 노력을 한 걸음씩 해나가고 있다.

아직은 자금 부족으로 작은 발걸음만을 내딛는 안타까운 실정이지만, 함께 뒹구는 합창단의 빈민가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를 소망한다.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고, 장차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직업교육센터를 운영하려 한다. 세계 순회연주를 하는 합창단원을 위해서는 교사 자격이 있는 스태프를 모집해 이동식 학교를 운영할 것이다.

세계의 많은 구호단체들은 빈민의 문제가 단순히 빵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임을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후원자들이 뜻을 함께하기를, 내 생애 아니 우리 생애에 꼭 이뤄야 하는 이 사명이 더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되기를 나는 오늘도 소원한다.

김재창 바나나합창단 음악감독·월드샤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