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냄새나고 꾀죄죄한 빈민가의 어린이들과 함께 호흡한다. 꿈도 비전도 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새로운 삶에 눈뜨는 변화의 도구로 음악을 사용하게 하고자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인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아이들을 음악가로 키우려는 것은 아니다. 정직과 성실, 배려와 인내라는 단어가 사전에 아예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소원하며 오늘도 씨름하는 것이다.
음악은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상한 영혼을 치료한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해 온 나는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 음악을 도구삼아 세상을 반올림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음악치료를 위한 아미치 음악회’다.
1999년부터 성악가로 구성된 ‘아미치 솔리스트 앙상블’을 조직하고 전국의 정신요양시설과 노숙자 쉼터를 방문해 100여 회의 음악회를 했다. 아미치 음악회가 열리면 환우들의 상태가 좋아진다는 시설 근무자들의 후기는 음악이 주는 선한 영향을 확신하게 했다. 그 확신을 환우들만이 아닌 제3세계의 미래를 이끌고 갈 어린이들과 나누고자 한다.
지금은 세계 11위라는 경제적 위상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해외원조를 받는 나라였다. 이제 원조국으로 바뀌고 세계 각국의 롤 모델이 된 것은 새마을운동과 같은 계획경제정책과 정신운동이 이뤄낸 성과다. 그렇기 때문에 제3세계의 나라들에 물질을 퍼붓는 원조를 하는 대신 그들이 정신력을 깨우는 근본 개발정책을 세우도록 돕고 싶다. 이를 만들어 가는 것은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될 것이다. 나는 국제개발기구인 월드샤프를 만들어 합창단을 시작으로 삼아 이를 위한 노력을 한 걸음씩 해나가고 있다.
아직은 자금 부족으로 작은 발걸음만을 내딛는 안타까운 실정이지만, 함께 뒹구는 합창단의 빈민가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를 소망한다.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고, 장차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직업교육센터를 운영하려 한다. 세계 순회연주를 하는 합창단원을 위해서는 교사 자격이 있는 스태프를 모집해 이동식 학교를 운영할 것이다.
김재창 바나나합창단 음악감독·월드샤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