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뒷돈 수수 의혹으로 구속된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가 올해 1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때 박지원 원내대표를 적극 지원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양 씨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박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 박 원내대표는 4등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양 씨의 박 원내대표 지지는 4·11총선 공천이 확정될 무렵인 3월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그동안 수천 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1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처음 모바일 투표가 도입돼 선거 양상이 달라지자 ‘누리꾼 전문가’로 알려진 양 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양 씨는 노사모 출신에다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의 실제 운영자이며, 친노무현계 단체인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집행위원을 지내 야권 성향 누리꾼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했다고 한다. 양 씨가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박 원내대표를 지원했을지 의문이다.
양 씨는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미끼로 서울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양호 씨 등 3명에게서 40여억 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공천 청탁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 쪽에 건네진 것으로 의심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박 원내대표도 돈 수수 의혹을 부인한다. 이 씨가 받은 박 원내대표 명의의 문자메시지에는 공천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듯한 내용이 있으나 양 씨가 보낸 가짜로 밝혀졌다. 하지만 양 씨는 “(박 원내대표의 명의를) 사칭한 게 아니라 사전에 상의한 뒤 대신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게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기 어렵다. 검찰은 양 씨가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와 라디오21 전직 간부 등의 계좌로 수억 원을 송금한 뒤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에서 제명된 현영희 의원 사건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새누리당공천헌금진상조사단까지 만들었다. 민주당은 남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자신들이 연루된 ‘양경숙 스캔들’의 진실부터 고해(告解)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