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측 “이제 와서 누굴 탓하고 누굴 원망하리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리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인 손학규 후보 측에선 요즘 이 같은 푸념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이해찬 대표 등 친노(친노무현) 중심 지도부의 편파·부실 경선 관리라든가, 대선후보로 가는 길을 더 험준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손 후보 자신이라는 회한이 짙게 배어 있다.
손 후보는 당 대표였던 지난해 말 신당 창당을 통해 당 밖의 친노 세력을 껴안았다. ‘야권통합’이라는 기치 아래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였던 이 대표, 문재인 의원과 손을 잡고 ‘민주통합당’이란 신당 창당에 나선 것. 당시 “당 밖의 친노 몇몇과 제1야당이 합당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몇몇 사람이 복당(復黨)이나 입당하면 되는 것 아니냐” 등 반발이 거셌지만 손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손 후보는 신당 창당 후 곧장 비주류로 밀려났다. 신당이 빠르게 친노 중심의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재편된 까닭이다. 손 후보 측의 한 인사는 “야당과 당 밖의 여러 세력을 아우르는 형태의 신당 창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DJ) 이후 처음이어서 손 후보는 신당을 창당하면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우뚝 설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친노를 너무 몰랐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일찌감치 당의 대선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한 데 대해서도 손 후보 측에선 “비판을 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손 후보는 대표 재임 때인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실시가 확정되자마자 “선거 승리를 위해선 야권의 통합후보 선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해 초장부터 당 경선의 힘을 뺐다. 그가 야권 단일후보로 박원순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결국 제1야당인 민주당은 무소속 야권후보의 승리를 위해 당 후보를 내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 대표가 6·9 전대에서 대표로 선출된 다음 날 ‘11월 중 당 대선후보와 안 원장 단일화’를 언급해 현재 진행 중인 경선을 무력화한 것이 과거 손 후보의 행보와 다른 게 없다고 해도 손 후보 측이 반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