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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형제 있어야”… 집행 찬반논쟁 정치권 달군다

입력 | 2012-09-05 03:00:00

朴 “인간이길 포기한 흉악범… 죽을 수 있다는 경고 필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라도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4일 밝혔다.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 집행과 관련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대선주자로는 처음으로 견해를 밝힌 것이다.

▶본보 4일자 A1면 흉악범 충격에 부활한 ‘사형집행 논란’
본보 4일자 A4면 4명 살인해 놓고… “사형은 인간존엄 위배” 위헌소송 내

박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아동 성폭행범 등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형제 폐지 움직임이 있었을 때도 저는 사형제 폐지는 신중하게 고려할 일이지 폐지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대통령이라면 사형을 집행하겠느냐’라는 질문엔 잠시 생각한 뒤 “글쎄…. 저는 예전에도 그렇게 (사형제 존치를) 주장한 사람”이라고만 했다. 즉답을 피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과 학계, 법조계에서 사형제 존폐 및 집행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형 집행은) 인권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제도적으로 사형제를 유지하면서 집행은 하지는 않는 현 상태가 지속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날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범인들의 인권보다는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며 “인륜에 반하는 자들에게 1심, 2심에서 사형 판결을 내려놓고 대통령부터 집행부까지 모두 (사형) 집행을 안 하고 있다. 이게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지사는 “대한민국의 현행 법률에는 (사형) 제도가 있는데도 해괴한 궤변으로 할 일을 하지 않아 (사회)문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까지 15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AI)로부터 사형폐지국으로 지정받았다”며 “(사형 집행 요구는) 성급한 주장으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형법에 명시된 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은 범죄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법으로 정해 놓은 ‘죄형법정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미 선고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허일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의 상위법인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면서 “국가는 복수심이라는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일반 여론은 사형 집행과 사형제 자체에 찬성하는 쪽이다. 6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사형선고와 집행이 모두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이 58.4%, ‘사형선고는 하되 집행은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27.1% 등 전체 응답자의 85.5%가 사형제 존치에 찬성했다. 사형제 폐지는 5.4%가 요구했다.

이날 ‘사형 집행 논란’을 다룬 4일자 본보 기사가 올라온 동아닷컴 홈페이지에는 550여 건의 댓글이 달렸다. 특히 사형제에 찬성하는 누리꾼 ‘GraceMegu*****’의 글은 1000여 차례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현직 법원 관계자들은 “사형 집행 요구는 지금처럼 감정이 격해진 분위기에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서울고법의 한 현직 부장판사는 “사법부는 최후의 심판 기관으로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잘못된 선택까지 고심해야 한다”며 “흥분된 분위기에서 사형 집행 문제가 거론될수록 진지하고 성찰적인 실천적 학문적 논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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