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25세이하 평균 실업률 22%… ‘잃어버린 세대’ 되나
지표만 보면 한국은 아직 유럽 등지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낮은 고용률과 높은 임시직 비율, 일자리와 대학교육의 부조화(미스매치)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 유례없는 ‘실업 세대’ 등장하나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뿐 아니라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기업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지 못하는 처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일자리가 없는 많은 젊은이가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낙인효과(scarring effect)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례없는 실업사태에 스스로를 ‘버려진 세대’로 인식해 경제활동에 나설 자신감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학력과 기술이 없는 청년들은 물론이고 번듯한 대학을 졸업해 괜찮은 ‘스펙’을 갖춘 졸업생도 임시직,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년실업은 경제적 곤란을 넘어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구직이 어렵다 보니 결혼, 출산이 늦어져 인구 고령화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나 폭동, 반(反)정부 시위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럽의 일부 실업자는 유럽 안에서 일자리를 잡지 못해 과거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남미로 ‘원정 구직’을 떠나고 있다.
젊은 구직자들의 일자리 부족 현상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5년 뒤인 2017년에도 북아프리카, 중동의 청년실업률이 여전히 25%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한국의 15∼24세 청년실업률은 9.6%로 OECD 평균(16.2%)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매월 40만 명 안팎의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청년층 실업률은 올 7월에는 7%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체감 실업률을 반영하는 고용률을 보면 한국의 청년일자리 부족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 한국의 15∼24세 청년 고용률은 23.1%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끝에서 7번째였다. 재정위기로 ‘청년일자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스페인(24.1%), 포르투갈(27.1%)보다도 낮다.
상당수 청년이 구직난을 겪는데도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건 아예 상당 기간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학원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장수 취업준비생’,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이른바 ‘니트(NEET)족’ 등은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해 15∼24세 청년층 비경제활동 인구는 448만1000명으로 5년 전인 2006년(417만6000명)에 비해 7.3% 늘어났다.
어렵게 일자리를 찾더라도 비정규직 등으로 고용상태가 불안하거나 저임금에 고통받는 청년층도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제조업보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소매업, 음식점업 등의 업종에서 일하는 청년층 비중이 46%나 됐다.
OECD는 4일 내놓은 한국의 직업교육 체계에 대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청년층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전문대학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