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 망할 망 國: 나라 국 之: 어조사 지 音: 소리 음
춘추시대 위(衛)나라 영공(靈公)이 진(晉)나라로 가는 길에 복수(복水)가에서 하룻밤 묵게 됐다. 그런데 한밤중에 처음 듣는 새로운 곡조의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영공이 사람을 시켜 그 음악을 알아보도록 했지만 아는 이가 없자, 왕실의 악사인 사연(師涓)을 불러 그 음악을 악보로 만들도록 했다. 사연은 이틀이 걸려 완성했다. 영공 일행이 진나라에 이르자, 진나라 평공(平公)은 이들을 위해 시이(施夷)의 누대에서 주연을 베풀었다. 모두 취기가 올랐을 때 영공이 새로운 악곡이 있는데 들려주겠다고 하고는 사연을 불러 진나라의 음악가 사광(師曠) 옆에 앉아 거문고를 뜯게 했다. 그 곡을 끝마치기도 전에 사광이 사연의 손을 잡고 연주를 막으며 말했다. “이 곡은 망국의 소리이니 끝까지 연주하면 안 됩니다(亡國之聲, 不可遂也).”
그러나 평공은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연주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광이 마지못해 거문고를 끌어다가 연주를 했다. 평공은 다시 이보다 더 슬픈 곡조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했다. 사광은 어쩔 수 없이 청치(淸緻)의 곡을 연주했고, 다시 청치보다 더 슬픈 곡인 청각(淸角)의 곡조마저 연주했다. 그러자 한 번 연주할 때에는 검은 구름이 서북쪽으로부터 일어났고, 거듭 연주하자 큰바람이 불고 큰비가 쏟아져 휘장이 찢기고 그릇이 날려 깨지며 기와가 떨어져 박살났다. 앉아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났고 평공도 궁정의 내실로 가서 숨었다. 그 뒤 진나라는 삼 년 동안 밭에서 작물이 나지 않았으며, 평공도 심한 질병에 걸려 나라를 다스릴 수 없었다.